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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1/27 13:07:51
Name   구름틀
Subject   짝사랑 후기
지난 몇 개월간, 아니 정확히는 몇년 전부터 가진 호감을 터뜨린 게 몇 개월 전이긴 했는데요.

이어져오던 짝사랑을 그냥 관두려고 맘먹고 간단히 후기로 남깁니다. 혼자 일기장에 남기려니 뭔가 더 쓸쓸해서ㅋㅋㅋ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취업하게 되면서, 원래 살던 곳에서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도 좋아하던 그 사람도 그 근처에 있었어요.

사실 그 전에 호감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제 스스로가 이런 저런 힘든 상황 때문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게 어느정도 정리된 요즘에 들어 물리적으로 그 사람과 가까워지니까, 이번에도 뭔가를 안 하면 많이 후회할 것 같더라구요.

처음엔 그 사람한테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참 고맙게도. 물론 인간적인 호의, 친절? 이었겟지만. 용기내서 곧바로 약속을 잡고 만났어요.

여전히 예쁘더라구요ㅋㅋㅋㅋㅋ 설레는 맘 들킬까봐 되게 어색어색하게 행동한 게 지금도 후회되지만.

그러면서 몇 번 더 만났어요. 아플 땐 약 사들고 찾아가기도 했어요. 생일이 있어서 선물도 주구요.

직장생활에 힘들어할 때면, 도움이 되고 싶어서 부던히도 노력했어요. 흔히들 남자들이 막 해결책만 제시하는 오류를 범한다잖아요?

그러지 않으려고 막 이런저런 엄청 고민 끝에 카톡 한 줄 쓰고 그랬는데, 다행히도 도움이 됐었대요!!

흔한 감사인사 이상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아, 내가 도움이 되었구나!!


근데 점차, 만남을 이어가면서 대화 주제가 많이 어두웠어요. 저는 위로하는 입장이었는데 이것도 몇 번 반복되니까... 글쎄요 그 쪽은 지겨웠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즐거운 거 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 사람은 참 바빴고, 식사와 간단한 커피타임 이외에 뭔가 시간을 내기는 어려운 것 같았어요.

사실 저와 주말에 만남의 시간을 내주는 것만 해도 그 사람은 많은 양보를 한 것처럼 보였거든요. 근 2달동안은 먼저 연락온 적도 없거니와ㅋㅋㅋ


슬슬 저도 지쳤어요. 보통 몇시간은 넘는 답장들, SNS 활동을 하면서도 저에게는 주지 않는 답장들 때문에 좀 침울하기도 해요.

뜨뜨미지근했다가 이제 다 식어버려서 아무런 김도 나지 않는, 손대면 기분 나쁜 온도가 되어버린 이 상태를 어떤 방식으로든 끝내야겠단 생각은 했어요.

전혀 무르익지 않은 관계이지만, 제 풀에 지친 탓에 그냥 돌직구 날리고 까이고 끝내야겠다 생각도 했었는데 미련 때문인지 결정을 못했어요.


지치다 지치다, 하루 넘어서 온 성의 없는 답장을 받아놓곤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제가 준 선물. 상대가 저에게 작은 호감이 있었다면 더 많은 표현을 해주었겠지요.
제가 상대를 궁금해하듯, 그래도 한 번은 나를 궁금해 했겠지요. 무얼하면 보내고 있는지.

근데 그런 게 없더라구요. 지르고 까이고, 끝내야겠다던 이전의 생각도 이제는 그냥 그럴 필요도 없겠다 싶은 거 있죠? ㅋㅋㅋ

일기장에 끄적인 문구로 끝맺겠습니다.


당신의 인간적 호의와 친절을 호감이라고 오해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치만 오해일 것이기에. 참 많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에게 호감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그런 멍청한 오해를
너무도 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내게는 당신이었습니다.

끝내, 오해는 결국 오해일 것이기에.
그 오해로 하여 불편함 주는 것만 같으니 이제 안 할게요.
원망하진 않아요. 근데 잠시만, 살짝, 미워할게요. 그래야 끝낼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안녕!




8
  • ㅠㅡㅠ
  • 아군이다. 사격 중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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