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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1/31 20:03:48
Name   줄리
Subject   영화 비평이란 무엇인가 - 랑시에르, 들뢰즈, 아도르노
랑시에르


랑시에르의 세계는 불공평하지 않다. 세계는 이미 정렬돼 있다. 누가 말할 수 있고, 누가 침묵해야 하며,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소음인지는 감각적으로 배치돼 있다. 이 질서는 법이나 규칙 이전에 작동한다. 보이고 들리는 방식이 먼저 정해지고, 사람들은 그 위에서 세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 정렬 속에서 어떤 존재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은 계산되지 않는다. 소리는 나지만 발언이 되지 않고, 의견을 표명하지만 의견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이들은 배제된 것이 아니라, 이미 셈이 끝난 세계 안에서 셈에 들지 않은 잔여다. 랑시에르가 말하는 '몫 없는 자'는 이렇게 생긴다. 이들의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이유는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 말이 놓일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는 이 잔여가 자리를 요구할 때 발생한다. 그 요구는 몫의 재분배가 아니라, 세계를 세는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다. 더 많은 자리를 달라는 말이 아니라, 누가 자리를 배치해 왔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이 어긋남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곧 다시 정렬된다. 그러나 그 순간 동안 세계는 다른 방식으로 보인다.



영화 역시 세계를 어긋나게 만든다. 영화는 주장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보이는 것의 배열을 바꾼다. 중요하지 않던 것이 화면을 점유하고, 중심이던 것이 비켜난다. 관객은 무엇을 이해해야 할지보다, 왜 이해가 되지 않는지를 먼저 경험한다. 이때 감각은 잠시 평등해진다. 누구도 대신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어긋남은 오래 열려 있지 않는다. 의미는 곧 도착한다. 작품은 무엇을 말하는지로 정리되고, 장면은 왜 중요한지로 환원된다. 경험은 해석으로 바뀌고, 흔들리던 감각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말해주는 자와 이해하는 자가 분리되고, 누구나 느낄 수 있었던 상태는 이해의 위계로 접힌다.



랑시에르가 비평을 불신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비평은 틀려서 위험한 것이 아니다. 비평은 너무 잘 작동한다. 예술과 정치는 세계를 잠시 잘못 보이게 만드는 힘인데, 비평은 세계를 다시 잘 보이게 만든다. 다시 이해 가능하게, 다시 분류 가능하게 만든다. 그 순간 말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자리는 다시 닫힌다.



그래서 랑시에르는 비평의 형이상학적 탈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감각의 사건을 넘어 더 높은 의미, 더 보편적인 구조로 도약하는 순간, 세계는 다시 정렬된다. 설명은 언제나 질서의 편에 서고, 해석은 정치의 조건을 소거한다. 말할 수 있는 범위는 오직 이 어긋남의 순간에 한정된다.







들뢰즈


들뢰즈의 세계는 정렬돼 있지 않다. 세계는 처음부터 흩어져 있고, 흘러가며, 스스로를 반복하지 않는다. 사물들은 제자리를 갖지 않고, 사건은 중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의미는 미리 놓여 있지 않으며, 생각은 언제나 늦게 도착한다. 세계는 이해되기 전에 먼저 발생하고, 사유는 늘 그 뒤를 쫓는다.



영화는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생각은 메시지가 아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말하고 지시하지 않는다. 대신 감각 사이에 간극을 만든다. 이해되지 않는 이미지, 연결되지 않는 사건, 멈춰 있는 시간 속에서 관객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영화에는 발언자 대신 하나의 시점이 있다. 이 시점은 감독의 것이 아니고, 인물의 것도 아니며, 관객의 것도 아니다. 시점은 말하는 주체 이전의 자리, 사유가 아직 주체로 수렴되지 않은 위치로 분리된다. 말하는 자와 받아들이는 자의 관계를 이탈한 자리. 문학이 내포저자라 부르는 자리다. 실제 저자의 의도도, 현실의 독자의 이해도 아닌, 텍스트가 스스로 만들어낸 시점. 영화는 이 시점을 화면 위에 남긴다. 이곳에서 비평은 설명이 아니라 체험으로 발생한다. 이것이 비평의 제1계 메타 공간이다.



이 공간은 랑시에르에게 없다. 어긋남은 사건이고, 사건은 붙잡히는 순간 소거된다. 말해지는 순간,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경찰이 된다. 그래서 랑시에르의 비평은 멈춘다. 더 말하지 않음으로써, 세계가 다시 잘 보이게 되는 것을 경계한다.



들뢰즈는 그 이후를 따라간다. 어긋남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사유는 구조로 굳지 않고 계속 생성된다고 믿는다. 사유는 흐름으로 남고, 연결로만 이어진다. 비평은 결론이 아니라 하나의 배치가 된다.



비평은 설명하지 않는다. 재현하지 않고, 요약하지 않으며, 작품을 하나의 의미로 봉인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를 통과하고, 시간과 시간 사이를 미끄러진다. 개념은 정의가 아니라 접속의 도구가 되고, 문장은 결론이 아니라 이동의 흔적이 된다. 그렇게 비평은 영화를 다시 발생시킨다. 읽는 이는 다시 한번 길 잃는 자가 된다.



아도르노


아도르노의 세계는 어긋나 있다. 그러나 그 어긋남은 사건이 아니라, 이미 굳어버린 상태다. 세계는 처음부터 잘못 구성돼 있고, 그 잘못됨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의 형태로 반복된다. 계몽은 세계를 이해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그 이해는 곧 관리가 되었다. 이성은 해방을 약속했으나, 그 약속은 체계로 응결되었다.



영화는 더 이상 어긋남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이미 어긋나 있는 세계 속에서, 영화는 다만 그 어긋남을 견디는 형식으로 남는다. 영화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세계가 얼마나 쉽게 의미로 봉합되는지를 드러내며 정교한 지배의 도구가 된다.



그러나 이 부정성은 방치될 수 없다. 그대로 두면 침묵은 양식이 되고, 불편함은 취향이 된다. 가장 급진적인 형식조차 빠르게 분류되고, 소비되며, 무해해진다. 그래서 아도르노에게 비평은 선택이 아니다. 예술이 침묵하기 때문에, 비평은 말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부정은 곧 체제의 장식이 된다.



비평은 형이상학적 탈주를 감행한다. 작품 내부에 머무를 수 없고, 감각의 균열이나 사유의 거리에서 멈출 수도 없다. 작품이 품고 있는 부정은 현실로 밀려 나아가지 않는 순간, 곧 무력해진다. 비평에서 사회적 외삽은 필연이다. 작품은 고립된 형식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오류가 응축된 징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평은 한 단계 더 상승한다. 더 이상 작품을 해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작품이 가능해진 세계 자체를 문제 삼는다. 비평은 미학을 떠나 역사로, 형식을 떠나 사회로 이동한다. 작품을 넘어, 세계 전체를 사유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는 자리다. 이것이 비평의 제2계 메타 공간이다.



아도르노의 비평은 불편하다. 문장은 무겁고, 판단은 단정적이며, 결론은 쉽게 닫힌다. 그는 영화를 구원하지 않고, 관객을 안심시키지 않는다. 비평은 더 말하기 위해 나아가지 않고, 끝내 말을 피할 수 없는 지점에 머문다. 그래서 비평은 체험이 아니다. 그것은 숙명에 가깝다. 더 이상 물러설 수도, 더 이상 침묵할 수도 없는 자리에서, 비평은 세계를 향해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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