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5/30 16:23:44
Name   최종병기캐리어
Subject   Good-bye...
나는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의 이별선언을 유도하고 있었다. 4년넘게 당연하게 해온 금요일의 데이트를 별다른 이유없이 캔슬하였고 1300일이 넘게 해온 아침문자에 이모티콘이나 이미지를 첨부하지 않은채 무미건조한 '굿모닝' 이 세글자만 딸랑 보내었다. 마치 싸우고난 뒤 미안함을 느끼지만 먼저 굽히고 들어고 싶지 않은 자존심에 어쩔수 없이 하는 문자인양...


'우리 이제 그만하자...'
그녀의 이별선언은 카톡으로 도착했다. 어짜피 그녀도 나도 얼굴을 보고 그 이야기를 못하는 성격이라 카톡으로하는 이별선언만큼 나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2년전에도 그녀는 이별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엉엉 울기만 하다가 흐지부지되었고, 나역시 퇴사 후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하려다가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뱉어내지 못하고 삼켰었다.


5번째 이별.
스물살 첫연애부터 이번까지 다섯명의 여성을 사귀고 4번의 이별을 경험했기에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익숙하다. 나는 준비했던것처럼 이별에 대한 나의 감정 -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녀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자였는지, 그리고 못 해준 것들에 대한 아쉬움, 앞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 등 - 을 문자로 빠르게 타이핑해나갔고 폭탄처럼 그녀에게 쏟아내 버렸다.


하지만.
이별에 대한 감정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는 서른살이 훌쩍 넘은 이 나이에 그녀를 떠나보내며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녕. 그리고 미안해요.



3
    이 게시판에 등록된 최종병기캐리어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28 1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309 3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227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8 트린 25/12/03 463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72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67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61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521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52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48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703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907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696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34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55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75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63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21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78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20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49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78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83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17 2
    15854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 육회한분석가 25/11/17 569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