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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10/30 16:52:22
Name   kaestro
Link #1   https://kaestro.github.io/%EC%8B%A0%EB%B3%80%EC%9E%A1%EA%B8%B0/2025/10/30/3%EB%B2%88%EC%A7%B8%EC%9D%98-%ED%87%B4%EC%A7%81-%EA%B8%B0%EA%B0%84%EC%9D%84-%EB%B3%B4%EB%82%B4%EB%A9%B0.html
Subject   3번째의 휴직 기간을 시작하며
세번째 휴직의 시작

경력도 얼마 되지 않으면서 벌써 4번째의 퇴직을 지난 14일에 했습니다. 다만 중간에 한 번의 퇴사는 이직처가 바로 정해져있었으니 이번이 이직처를 안 정하고 퇴사하는 것으로는 세번째네요. 두번째는 생겨나는 순간 첫번째와 세번째를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그 세번째가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늦게 찾아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를 다니면 회사를 다니는 것이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에 크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정신없이 휩쓸려가게 되는 경향들이 있고, 그렇기에 휴직기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온전하게 제 시간을 갖게 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저는 나름대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돼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번째 휴직기의 경우에는 금전적으로 워낙에 급했기에 재취업에 정신이 없어 딱히 저를 되돌아 보고 그런 시간으로 보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만, 첫번째의 휴직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기간들 중에 하나였거든요.

시간과 돈 쓰는 방법을 배운 첫번째 휴직기

첫번째 휴직기에 가장 많이 바뀐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내 시간과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 선택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이후 진로를 위해, 취업을 위해 내달리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을 주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살다보니 정작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져있고 하고 싶은 일들이 없어지고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나이 먹으니까 어릴 때 ‘좋아하던 게임도 다 재미없고, 만화도 다 재미없더라’라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었던 것이 첫 휴직 전의 저였다고 생각합니다.

첫 휴직때는 진짜 게임도 많이하고,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그 때 엔딩을 본 게임들이 수십개에 모바게도 다양하게 했으니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많이 해왔습니다만 이처럼 원없이 게임을 한 적은 오히려 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애니메이션도 아마 수십개, 책은 만화책은 거의 천권 가까이, 책도 못해도 백여권은 읽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난 아직까진 새로운 걸 배우는 것이 즐겁고 좋구나란 생각을 다시 하고 제 나름대로의 시간, 돈을 쓰는 것을 통해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방향성을 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내 인생에서 부족했던 해상도를 깨닫는 세번째 휴직기

이번 세번째 휴직기는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놓쳐왔던 삶에서의 해상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요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달리기를 이야기하자면 그거 그냥 집에 있는 신발 신고 뛰면 되는 것 아니야? 하지만 저는 이번에 10km 대회를 두개나 완주했던 시점에서도 제 발이 평발인지, 발볼이 넓은지, 발 길이는 얼마인지 같은 기본적인 지점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내가 신고 있는 신발은 나에게 맞는 편안한 신발인가? 애초에 어떤 신발을 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와 같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이 살아왔고 그러니까 이제 ‘그거 그냥 하면 되는거 아님?’과 같은 부끄럽다고도 할 수 있는 무지를 드러내왔다고 자각합니다.

그리고 이걸 자각하고 나니 달리기 외에도 많은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제 옷을 직접 사 본지가 사실 거의 십수년?은 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한참을 제 옷의 치수가 어떤지조차 모르고 살았죠.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제 옷의 치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팅을 주선해줄 테니 옷을 맞추러 같이 가자(이번에 제가 퇴사를 하면서 취소하긴 했습니다만)는 이야기를 듣고 유니클로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사 온 것은 셔츠 하나, 바지 하나, 스웨터 하나, 스웨트 셔츠 하나, 그리고 가방 하나였습니다. 이걸 고르는데 입어본 옷이 아마 30여벌은 됐던 것 같은데 친구놈에게 ‘여자친구랑 같이 간 것보다 진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기본적으로 제 치수조차 모르고 입었을 때 어떤지 전혀 몰라서 입어야만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반팔과 반바지를 목이 늘어나도 모르고 입고 다니다가 이런 내 몸에 맞는 옷을 입게 되면서 느끼는 것은, 제가 매체들에서는 접해왔던 옷을 입고 꾸미는 것을 통해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장을 입으니 쑥쓰럽다가도 자신감이 솟는다거나, 코스프레를 하면서 되고 싶은 자신이 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에 감동은 받아봤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체에는 처음으로 접해본 기분이었습니다. 마침 많이 살이 빠져 이전에 입던 옷들 상당수가 맞지 않게 된 상황이기도 했고, 오히려 대학생때의 옷들이 맞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집에서도 휴식할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복장을 구분해서 지내려고 생각하고,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 단순히 편한 옷을 입는 것을 벗어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입고 다니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은 휴직기간의 종료를 기대하며

가급적 빨리 끝나는 것이 아무래도 제 금전적, 정신 건강에도 유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온전히 제가 쓰게 되는 시간인 만큼 지금 체험하고 있는 놓치고 있던 해상도를 높이는 일들 외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휴직 때 제가 크게 변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결국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였으니 그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번째 휴직기간을 종료하며라는 글을 쓰면서 그것이 무슨 내용이 될 지 저 스스로도 굉장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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