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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1/06 09:39:40
Name   nickyo
Subject   제 3 자 김 모씨

거울에는 수세미처럼 배배꼬인 사람이 있다. 필경 그의 속도 그렇게 배배 꼬였을 것 처럼 표정은 얼굴 가운데로 몰려서 똥구멍의 주름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을 쭈욱 늘려 본다. 텅 빈 목구멍에서 썩은내가 올라온다. 어제는 뭘 먹었더라. 그러고보니 어제는 뭘 했더라. 물을 틀어 머리를 감아야 겠다는 생각에 수도꼭지를 비튼다. 병아리 목을 아무렇지 않게 뿌드득 꺾었던 어릴적이 떠올랐다. 그보다 더 손 쉽게 돌아가는 수도꼭지가 조금 마음에 걸린다. 조여둘까. 하다가 이내 찬물에 빠는 수세미에 정신은 온데간데 없다.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재빨리 수건으로 두르고 느릿느릿 걸음을 옮긴다. 방바닥에 쩌억 하고 피부가 달라붙었다 떨어질 때마다 사람은 한걸음 한걸음 삶을 살아가고 있더라는 어느 가수의 노래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싸구려 방바닥은 발바닥이 쩌억 하고 소리를 낼때마다 지도 같이 뿌욱 하고 시멘트 바닥을 벗어나 춤을 춘다. 몇 번의 걸음을 옮기고 다시 발로 장판을 다지고, 또 몇 번의 걸음을 옮기고.. 지리한 삶의 싸움이 끝나고서야 사람은 겨우 쇼파라는 것에 몸을 던진다. 커다란 엉덩이가 쑥 하고, 쿠션이 지구 반대편까지 주저앉은것은 아닐지 걱정이된다. 문득, 깊게 파묻혀 더할나위 없이 편안해진 마음 사이로 고추가 말을 한다. 이거 섹스하는 것 같지 않아? 쇼파에 깊숙히 박힌 몸은 마치 그러하다. 하지만 사람은 위 아래로 피스톤 운동을 하기 보다는 그냥 고추를 주물럭 대는 걸로 그의 목소리를 죽인다. 이내 조금 팽팽해지는가 싶더니 기운이 없다. 사람은, 고추 하나도 제대로 못 다룬다는 생각이 들자 테레비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테레비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사복을 입은 학생들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와 뭐라고 마구 떠든다. 그러나 사람의 눈은 이미 테레비 보다는 테레비의 유리를, 아니 어쩌면 지금은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이나 또는 어쩌구저쩌구 탄소화합물 같이, 어느 대학원생이 며칠쯤 밤을 새서 비듬만큼이나 많은 이름들 사이에서 골라낸 것이 어울릴 법한 그런 테레비의 겉을 바라보는 듯 하다. 아, 배가 고프다.


주머니 어딘가에 있는 스마트폰을 겨우 꺼낸다. 손가락을 서너번 움직이니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보내준다고 한다. 사람은 문득 자본주의를 떠올린다. 자본주의가 뭐였더라. 그러니까.. 문득 자위가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아, 그렇지. 자본주의. 하지만 이미 자위는 시작되었고, 맥도날드의 오토바이가 아침의 아스팔트를 달리는 그 시간만큼만이 사람에게는 허락된 시간이었다. 타임어택 같으면서도 자꾸 맥도날드 배달원이 생각나 흐물텅해진다. 역시, 고추는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생각에 우울하다. 인간은 고추도 마음대로 못하는데, 하물며 남이라고 그럴까. 둔탁한 발걸음이 문 밖에서부터 가까워져 온다. 맥도날드입니다. 사람은 드디어 또 한번 출산을 맞이해 세상으로 나온다. 맥도날드의 햄버거는 아무래도 세상과 마주치는 첫 인상이다. 자궁처럼 편안했던 쇼파를 벗어나 마주하는 것이라고는 짜고, 쓰고, 달고, 퍽퍽하고, 시원하고, 톡 쏘고, 그리고 친절한 아침 7시의 피곤에 쩔은 남자 배달부의 미소까지. 아, 고맙습니다. 배달부에게 만원짜리 한 장을 쥐여주니 천원짜리 한 장과 백원짜리 두개, 오백원짜리 하나를 건네준다. 이건 뭐죠? 잔돈입니다. 아...잔돈. 네. 딱 맞춰서 준비해 오거든요.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상의 첫 인상은 언제나 친절했다. 아, 맞아. 자본주의였지.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 고맙습니다. 엉덩이를 맞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것보다는 꽤 괜찮은 출산이다.


햄버거를 쥔 손으로 다시 쇼파에 간다. 그러나 아무래도... 밥을 먹으면서 섹스를 하는건 좀. 인간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쇼파에 등을 기대 바닥에 주저앉는다. 이때만큼은 바닥 장판이 꿀렁이지 않았다. 테레비에서는 어떤 여대에 대통령께서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대통령, 그는 그 비현실적인 단어를 맥도날드의 소고기패티에 섞어 씹는다. 우물우물, 썅. 그러나 그는 여전히 방바닥에 앉은채이다. 아차, 그는 문득 콜라를 집던 왼손을 킁킁댄다. 약간의 찌른내와 비릿한냄새가 손톱사이에서 풍긴다. 입맛을 돋군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인 냄새였다. 아, 고추. 그는 손을 씻기보다는 콜라카 컵에 담겨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하긴, 가끔은 입으로도 빠는걸. 그래서 아침에 입에서 똥내가 났었나? 똥간으로는 양상추와, 마요네즈와, 빵과, 고기덩어리가 잘근잘근 씹혀 내려간다. 으음, 맛있네.


쇼파도, 방바닥도, 불룩 튀어나온 배도 맘에 든다. 역시 배는 부르고 봐야해. 연신 시끄러운 테레비를 바라보는 동안 많은 일들이 지나간다. 국정 교과서? 노동 개혁? 국민 불복종? 배가 부른 사람은 시민이라도 된 듯한 기분에 다시한번 우물우물, 씨발. 하고 욕을 한다. 아까는 들리지 않았던 말들 같은데. 그러고보니 또 학생들이 나와서 눈물로 호소한다. 그는 얼음이 가득한 마트 가판의 생선처럼 가만히, 가만히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바라본다. 오늘 해야할 일이 뭐더라. 그러고보면 몇 달째 해야할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긴하다. 배가 부르니까 갑자기 머리가 씽씽 돌아가는 것 같다. 왼쪽, 오른쪽, 혹은 아무데서고 플래시가 터지는 것 처럼 삶이 그려진다. 이틀째의 설겆이와 일주일 묵은 쓰레기를 버리고, 버리는 김에 이 쓰레기도 버릴까 하며 쿡쿡 웃는다. 아, 하지만 버리기 전에 한번쯤은 괜찮겠다는 생각에 이번엔 진짜라며 컴퓨터 앞으로 몸을 옮긴다. 싸구려 의자에 등을 기대고 두 다리를 쭉 편다. 드디어, 그렇게 조물딱 대도 살아날 생각이 없던 고추가 뱃속에 뭐가 들어온 걸 느꼈는지 이내 팽팽해진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골반과 척추가 이어지는 몇..번이더라. 아무튼 그 몇번의 뼈마디가 시원해지는 느낌과 함께 온 몸을 부르르 떤다. 테레비에선 여전히 뉴스가 한창이다. 담배. 담배가 어딨더라.


겨우 바지를 엉거주춤 추스르고, 물론 너절한 면 소재의 통 큰 반바지였지만, 쓰레기를 들고 문을 열었다. 쓰레기장까지 터벅터벅, 슬리퍼가 바닥을 자꾸 친다.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새댁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야 고추 임마! 면바지가 화를 낸다. 다행히도 사람은 매운 고추가 작았다. 쓰레기를 버리고 기지개를 쭈욱 편다. 입술 사이에서 신음소리가 절로 터진다. 아, 세상살기 힘드네. 일어나서 한 것이라곤 수도꼭지를 튼 것과, 맥도날드의 배달부에 인사한것과, 누런 정액이 생각보다 기운찼던 바람에 키보드를 좀 닦아야 했던 것 정도인 사람의 생각이다. 주머니에 있는 천 칠백원으로는 담배를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다. 오늘은 공부를 해야지. 취업도 해야하고. 먹고 살아야지. 그는 담배 대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쓸모있어진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사람이 들어갈 종량제봉투를 사느니 담배를 피우는게 더 낫지, 하고. 오늘도 살아남는다. 터벅터벅,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는 아무도 없고 그는 몰래 이번엔 오른손으로 고추를 북북 긁어본다. 약간의 뻐근함이 남아있다. 테레비에 나왔던 사람들 모두가 좀 뻐근했지. 하고, 세상이 그래서야.. 하고, 철문을 닫고 들어설 즈음에는 한 명의 어엿한 시민이 되어 긍정적이 된다. 잠을, 한 숨 더 자고 일어난다면 아마 공부도 하고, 취업도 할 거라는 기대감으로 사람은 다시 드러누워 왼손 오른손을 킁킁대다가 이내 잠이든다. 깜깜한 아파트 한 칸에 사는, 30세 무직, 김 모씨의 이야기는 그래서, 어. 뭐였더라. 뉘엿뉘엿, 해가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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