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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8/28 15:20:05
Name   알탈
Subject   맥주 조금만 더 천천히 마시기 - 1
저는 술을 잘 못 하는 편입니다. 대학교 1학년 신입생 때 선배들에게 끌려 다니며 마셔본 결과 소주는 최대 한 병 반, 맥주는 3병까지가 최대였어요. 물론 천천히 마시면 더 많이 마셨겠지만, 신입생 때 서배들이 억지로 주는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것은 불가능했죠.
대부분의 대한민국 신입생들처럼 맥주는 벌컥벌컥, 소주는 원샷이 정답 인 줄 알았고 그래서 저는 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카투사가 된 친구 덕분에 이태원에서 여러 나라의 맥주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술이라는 것이 정말로 맛있을 수 있고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것이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맥주를 천천히 마셔보자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다양한 맥주를 소개시켜줄 때 항상 하는 말입니다. 맥주는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맛, 다양한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맥주 음주 문화는 카스-하이트가 대표하는 대기업맥주가 지배하고 있죠. 맛과 향이 거의 없다시피 한, 도수가 낮은 맥주를 물 대신 들이마시고 또 빨리 취해야 하니 소주를 타서 소맥을 만들고.

다양한 종류의 수입맥주와 크래프트비어가 편의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우리 이제 맥주를 조금은 천천히 마셔보는 습관을 들이는게 어떨까요? 그래서 맥주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입문용 맥주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기준은 접하기 쉬우면서 각 종류별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맥주들입니다.

1. 파울라너 헤페바이즈비어
https://www.ratebeer.com/beer/paulaner-hefe-weissbier/647/

지인들이 편의점 4캔 만원 물어볼 때 가장 무난하게 추천하는 파울라너 헤페바이즈비어입니다.
바이즈비어는 독일어로 밀맥주를 말하는데, 밀맥주 입문용으로 가장 적당한 맛을 갖고 있고요.
수입맥주/크래프트맥주에 익숙하지 않은, 대기업맥주로만 맥주를 알고 계신 분들이
밀맥주란 무엇인가 알고 싶을 때 가장 배우기 쉬운 맥주입니다.

2. 발라스트포인트 빅아이 & 스컬핀
빅아이: https://www.ratebeer.com/beer/ballast-point-big-eye-ipa/2508/
스컬핀: https://www.ratebeer.com/beer/ballast-point-sculpin-ipa/50008/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수입 맥주들 중에서도 IPA 의 양대산맥으로 알려진 빅아이와 스컬핀입니다.
IPA는 인디아 페일 에일의 준말인데, 19세기 영국령 인도에 맥주를 해상운송하려다 보니
보존성을 위해 일반적인 에일 맥주보다 홉과 알콜함량이 높아진 맥주들입니다.
대기업맥주를 마시던 분들이라면 쌉쌀한 맛과 높은 도수 (둘 다 7 %) 때문에 처음에는 낯설어 하기도 합니다.
IPA 는 향, 쓴맛, 단맛이 강하고 질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도수가 높다보니
맥주를 마실 때 미각과 후각을 골고루 즐겁게 해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IPA에 입문할 때 가장 배우기 쉬운 맥주입니다.

3. 포퍼링스 홈멜비어
https://www.ratebeer.com/beer/poperings-hommelbier/5092/

맥주 하면 생각나는 나라는 독일이지만, 독일 맥주는 나쁘게 말하면 개성이 부족한 편입니다.
맥주 순수령과 맥주에 대한 엄격한 법률때문에 조금은 보수적이고, 도전적인 제품이 적습니다.
반대로 맥주 맛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벨기에입니다.
벨기에 맥주는 맛과 향이 진하고, 도수도 높으면서 브랜드와 제품별로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죠.
국내에서 접하기 쉬운 벨기에 맥주 중에서는 포퍼링스 홈멜비어가 가장 무난한 선택입니다.
돈 많이 못 벌던 시절 한 병에 만원 안 하는 중저가 수입맥주를 주로 마실 때 가장 즐겨마시던 맥주이기도 하고요.

4. 세종 듀퐁
https://www.ratebeer.com/beer/saison-dupont/5386/

"세종"은 프랑스어로 "Season"과 같은 의미인데, 유럽의 농민들이 겨울에 보리로 빚어
이듬해 마시던 농주입니다.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한 느낌의 위치죠.
세종 계열 맥주는 다른 맥주들보다 알코올이 약하고, 질감은 거칠고,
향, 신맛, 단맛, 쓴맛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으면서도 강렬하지 않은 편입니다.
특성상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바틀샵이나 마트에서도 큰병으로 팔고 있는데
여럿이서 모자람 없이 마시고 싶은 날에 좋은 선택입니다.

5. 트라피스트 에일 두벨 - 베스트말러 두벨
https://www.ratebeer.com/beer/westmalle-dubbel/2205/

프랑스-이탈리아의 수도원들이 와인을 양조한다면 벨기에와 독일의 수도원들은 맥주를 빚습니다.
이렇게 수도원에서 빚은 맥주들은 일반 맥주보다 몰트의 양을 2배, 3배, 4배 투입하면서
진하게 발효하여 당분 함량이 높은, 달고 끈적하고 도수가 높은 맥주들로 발전하였는데,
이 중에서 몰트의 양을 2배로 한 맥주를 두벨이라고 부릅니다. 도수도 일반 맥주의 2배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린이용 한약 시럽제제 중 '백초 시럽'이라는 달달한 제품이 있는데
트라피스트에일은 이 제품과  비슷한 농도와 단맛을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두벨 종류 중에서 국내 유통량이 많고 맛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제품이 베스트말러 두벨입니다.
흑설탕과 감초같은 느낌의 단맛, 부드러운 질감, 적은 탄산 덕분에 입에 가득 머금고 맛을 음미하기 좋은 제품입니다.

6. 트라피스트 에일 트리펠 - 시메이 블루
https://www.ratebeer.com/beer/chimay-grande-reserve-bleue-blue/53/

트리펠은 위에서 말씀 드린 두벨 처럼 몰트를 3배 투입한 제품입니다.
시메이 블루는 국내 유통량이 많은 트라피스트에일 중 하나인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도
블루-레드-골드 3종세트를 박스채 갖다 놓고 팔고 있을 정도입니다.

7. 아잉거 셀레브라토르 도펠복
https://www.ratebeer.com/beer/ayinger-celebrator-doppelbock/1090/

벨기에식 두벨, 트리펠 처럼 독일에도 진하게 발효시킨 맥주 종류들이 있으니 바로 도펠복입니다.
아잉거 셀레브라토르 도펠복은 제가 가장 즐겨마시는 도펠복 중 하나인데,
발효과정에서 발생한 간장 같은 감칠맛과 향이 있고, 탄산이 적어 부드럽게 마시기 좋은 맥주입니다.
셀레브라토르는 병과 전용잔을 합쳐서 판매하는 상자가 마트에 있는데
잔이 무척 예뻐서 집에서 두고두고 쓰기 좋으니 한 상자 마련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내용이 길어져 다른 종류의 맥주들은 다음 글에 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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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뭘 또 말이 더 필요합니까?
  • 훌륭한 맥주러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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