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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2/23 23:27:28
Name   kaestro
Subject   자낳대, 팀게임은 어디가고 티어만 남았던 대회
자낳대는 전통적으로 탑이 멸시받는 대회다.

탑에 배치받는 사람들이 가장 티어가 낮은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탑은 버티라는 식의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이 들어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나는 탑으로 게임을 가장 오래 즐긴 편이고 탑에 배치받은 선수들의 플레이는 팀게임의 탈을 쓴 탑솔러 멸시 피드백의 결과로 보이는 부분이 너무나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서 내가 이를 팀게임이 아니라고 주장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를 다 풀어내기에는 글솜씨가 모자라 칸을 예시로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탑솔러의 팀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자낳대의 코칭 능력에 아쉬워하는 두 가지 장면을 결승전에서 뽑아서 이야기하려한다.




탑솔러는 기본적으로 스플릿 푸셔의 역할을 받고, 텔레포트를 들고, 상대를 뚫거나 막아내는 역할을 하면서 본대가 할 수 없는 일을 도맡아 하는 역할이다.

대부분의 경우 중반 이후 탑솔러는 시야가 밝혀진 본대와는 다르게 시야가 어두워져있는 지역을 플레이하고 이 때 판단력, 시야장악력이 팀게임에서 탑솔러가 가진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칸을 개인적으로 세계 최고의 탑솔러로 꼽는 이유다.

그는 라인전 능력과는 별개로,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시야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고 팀 게임적으로 자신이 해야하는 플레이를 완벽하게 수행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SKT가 클리드를 잃은 것을 최대 실수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칸을 잃은 것이 더 크다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된 경기는 2018 스프링 락스 vs 킹존 2세트이다. 흔히 칸이 리븐으로 펜타킬을 한 경기로 더 많이 기억하지만, 나는 이 경기에서 칸이 가진 시야장악 플레이에 더 감탄을 했었다.


칸은 이 경기에서 핑크와드를 세 개 산 뒤 삼거리에 한 번, 작골 아래 한 번, 그리고 상대 레드버프 좌측에 핑크와드를 한 번 꽂는 무려 30초도 안 되는 사이에 200원이라는 큰 금액을 상대 아래쪽 시야를 잡는데 사용한다.

그가 이런 시야를 잡기 전에 상대 아래 정글에 시야는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침범당하지 않았지만 저 플레이 이후 락스는 아래 지역에 대한 완벽한 장악력을 확신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칸이 가지는 최대 장점이자, 탑솔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플레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면 내가 이번 자낳대가 팀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첫번째 장면은 레넥톤의 말도 안되는 합류다.


위 장면에서 블루팀은 상대 아래 정글에 대한 훌륭한 시야를 보유한 상태에서 레넥톤이 적 블루버프에 핑크를 꽂는 순간에 완벽한 시야를 확보한다.

동시에 적 본대는 미드에 전부 뭉쳐있는 상태고 블루팀의 바텀웨이브는 몰려들어가는 상황이다.

이 대치가 조금 유지가 되기만 해도 탑솔러는 적 바텀 웨이브를 타워에 밀어넣고 타워를 공략하거나, 적 정글을 빼먹으면서 적 탑솔러를 바텀으로 부르고, 적의 뒤를 노리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퍼플사이드는 아래 정글에 시야가 전무하기 때문에 문도는 자기 정글을 통과해 가지 못하고 뒤로 돌아가야하는 팀게임 측면에서 최악의 상황이다.

그리고 레넥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한다. 적 블루버프에 와드를 꽂고는 걸어서 미드로 합류한다.

이 순간 레넥톤의 텔레포트는 돌아있는 상황이다.

레넥톤이 미드에 보이는 순간 아래 정글에 공을 들여 잡아놓은 시야가 가져다주는 이득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돈 낭비, 장신구 쿨타임 낭비다.

그리고 레넥톤이 미드에 보인 순간 문도는 안심하고 바텀으로 내려가야한다. 자신이 바텀으로 내려가는 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고, 당겨지는 라인을 받아먹을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레넥톤이 갖다 바쳐준 상태니까.

그리고 문도는 아무런 이유 없이 미드로 걸어오고, 문도가 바텀에서 웨이브를 받아먹으면서 탑솔러가 게임을 캐리할 수 있었던 기회는 타워에 그대로 박히며 날아간다.

이처럼 자낳대 코칭은 탑솔러가 해야할 역할은 신경쓰지 않고 갖다버리고 게임 승리를 5:5로 뭉쳐서 운좋게 벌어지는 한타에만 기댄다. 이것이 내가 자낳대를 팀게임이 아니라고 부른 첫 번째 이유다.



탑솔러 관점에서 벗어나, 내가 생각하는 팀게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한 가지 더 이야기하면 각각의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게임 내에서 자신이 이기기 위한 롤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낳대 결승전 3세트에서 리신의 동선은 말 그대로 실망스럽고, 팀게임과 조합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최악의 플레이이자 코칭의 실패이다.

이 게임에서

TSM은 레넥톤 리신 럼블 / 케이틀린 노틸러스

를 

HPX는 문도 자르반 초가스 / 시비르 벨코즈

를 픽한다.

그리고 TSM은 적 레드 버프를 향해 5인이 들어가 문도의 플래쉬를 뺀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고 뒤로 뺀다.

...? 나는 솔직히 TSM이 5인 인베이드로 적 레드 버프를 들어간 순간 이것이 팀게임의 정수고 완벽한 코칭이라 생각했다가 크게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위아래로 정글이 갈라먹기를 하는 순간 HPX가 이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조합차이가 나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TSM이 해야할 플레이는 5명이서 적 정글을 마저 파고든 뒤, 윗 정글 시야를 장악하고 리신이 적 레드 버프 스타트를 해서 수직 정글링(vertical jungling)을 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구도가 생겼을 때 HPX의 상하체는 모든 측면에서 조합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다.

자르반 벨코즈 시비르라는 조합으로 케이틀린 노틸러스 상대로 다이브를 선택할 수도 없고, 자르반이 이미 자기 위쪽 정글 시야 장악이 완료된 상태에서 윗 정글을 선택할 수도 없다.

문도, 초가스라는 초반에 주도권하나 갖지 못하고 다이브에 취약한 조합을 쥐어쥔 상태에서 문도가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레넥톤이 빅웨이브를 쌓은 뒤 리신과 탑에 다이브하는 것에 죽는 것 뿐이다.

그런데 TSM은 5인 인베이드로 적 윗 정글에서 주도권을 잡은 상태에서 적 자르반이 레드버프를 챙기는 것을 허용하고 자신 레드 버프를 챙긴 뒤 윗동선을 잡는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 주도권을 가지면 뒤집기 힘든 상성인 노틸 / 케틀이 벨코즈 / 시비르에게 시작하자마자 스킬에 얻어터져서 반피가 된 상태로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라인전이 망가진 것은 덤이다.

나는 절대 인섹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몰라 치킨쿤이 저런 동선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2주라는 시간동안 저런 조합을 연습하면서 동선을 숙지시키지 않은 것은 미드라이너의 기량에만 기대하고 하늘에 기도만 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한다.

TSM에서 코칭을 통해 받은 5인의 역할은 단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미드는 캐리하고, 나머지는 버스 터뜨릴 생각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을 과연 팀게임이라 할 수 있을까?

전 프로 선수들이 이렇게 많았는데도 이 정도 밖에 코칭이 될 수 없었던 것에 너무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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