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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6/28 22:20:27수정됨
Name   구밀복검
Subject   2030, MZ세대, 청년 어쩌구를 더 이상 말하면 안 되는 이유
먼저 이 글을 쓰게 된 글감으로서 슬로우 뉴스의 20대 남성에 대한 비평을 정리해봅니다.

https://slownews.kr/139930
-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극우’라는 공격적 언어로 특정 집단을 규정하면, 그 대상 집단의 정서적, 정치적 반발로 이어져 더 나쁜 결과로 되돌아올 수 있다
- 지난 4월 윤석열 탄핵 직후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20대 남자도 59%가 잘한 결정, 26%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봤다.
- 한 집단의 최소 절반 이상이 ‘탄핵 반대’ 입장이어야 ‘탄핵 반대 집단’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20대 남자 60%가 탄핵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이들을 ‘탄핵 반대 집단’이라 부르는 건 무리한 일반화
- 20대 남성 응답자 중 서부지법 폭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65%였고, ‘저항권 행사’라고 답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30대 남성의 67%도 ‘용납할 수 없다’는 데에 동의했고, 21%만이 ‘저항권 행사’라고 했다.
- 김문수는 탄핵 반대였지만 이준석은 탄핵 찬성파였다. 탄핵 찬성파 리더를 지지한 걸 극우로 볼 수 있느냐
- ‘탄핵 찬성 집회는 2030 여자, 서부지법 집회는 2030 남자’가 주도했다는 프레임... 하지만.. 서부지법 폭동 직전인 지난 1월 18일 오후 11시 서부지법 집회 참여자 구성은 2030 남자 15.5%, 2030 여자 18.7%였다. 오히려 여성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이게 '극우'라는 낱말 자체가 구미에서 워낙 횡행하다 보니 한국의 논자들도 자연스럽게 차용하는데, 그렇게 쉽게 쓸 말은 아니거든요.

구미에서 그 말을 쉽게 쓰는 건 구미 사회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미개한 마계촌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베충들 펨붕이들 아카라이브 로리충들도 김치맨이긴 해서 기본적 성향은 중립적인 의미로 '규범주의'적이라 봅니다. 젊은 꼰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 보네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평가고.. 메타적으로 보면 이런 식으로 N대남 M대녀 탐색하는 거 자체가 그리 유의미한 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별 의미도 없는 사회 현상에 과도한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보네요. 언제 어떤 때나 청년층 이야기 들어봐야 한다는 우국충정 보이는 사람들이 넘쳐 났지만 결국 지나고 보면 아무 의미도 없던 이야기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져 보면 자신들이 열린 사람인 양 자기연출하고 싶은 한스 임짐머 같은 사람들이 날뛰었을 뿐인 거죠. 가장 최근(..)의 예로는 우석훈의 88만 원 세대 같은 게 있을 거고요. 지금 그런 담론들의 의미를 누가 음미하겠습니까? 누가 이 담론들의 주장을 현재까지 연속성 있게 이어가고 있습니까?

일단 청년 담론은 대체로 '젊음' 그 자체를 흡혈하면서 수혈을 통해 회춘받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의 판타지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청년이 희망이다, 청년들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 세대가 잘못해서 청년들이 고생이다,  젊은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아파트 가졌으면 좋겠어.. 5년 만이라도 등등. 얼핏 보면 열리고 트이고 깨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종의 자뻑입니다. '동년배 퇴물들과 달리 나는 나 스스로가 퇴물이라는 것만큼은 알고 있다는 점에서 깨여 있는 존재이며 [젊음]과 아직 왕래 가능한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라는 것이죠. 소크라테스와 유사한 나르시시즘입니다. 그러한 자뻑의 확증을 얻고 싶어서 끊임없이 자신이 아직 세태와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호소하려 하고, 또 그 수단이 청년 팔이고.

실상 고령자에게 있어 청년은 젊은 날의 '이성'과 같을 수 있습니다. 청장년층이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오만 난리부르스를 피우는 것처럼 고령자들은 청년들에게 인정 받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는 거죠. 죽어가고 있는 입장에서는 나보다 죽을 날이 먼 연소자의 인정 = '나 아직 안 죽었어'인 겁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이 전유하는 청년 담론이란 것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겠죠.

그런 고령층 전유라는 맥락을 차치하더라도, 청년 담론 자체가 일회적인 '증상'에 근거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이런 것들은 그렇게까지 의미부여를 할 일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며칠 전에 한국 여성 80%가 '한국을 떠나고 싶다'라고 응답했다는 설문이 나왔습니다. 이 설문 자체로는 진실이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대고 '이대로면 다들 한국 떠나서 나라 망한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이치에 닿을까요. 그보다는 '한국을 떠나고 싶냐 떠나고 싶지 않냐고 질문 받으면 떠나고 싶다고 응답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실제 이민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입니다. 즉 사람들의 하소연과 아우성과 발악을 어느 정도는 [넋두리]로 흘리는 게 실제 현실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그런 휘발 되는 감정적 표현 하나하나를 스냅샷 찍어 봐야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거죠. 오히려 그런 행위에 의해서 현실이 스냅샷을 향해 나아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건 현실의 병원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병원 내원한 환자 이야기만 들으면 앞으로 국토 태반을 납골당으로 만들어야 하나 싶을 겁니다. 모두가 내일이면 죽을 것처럼 굴고 모레면 묘비 세워야 할 것처럼 의사쌤을 괴롭히지만 실제로 MRI 까보릅 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죠. 신체의 증상, 그리고 그 증상에 대한 환자의 주관적 호소, 궁극적으로 실제 병리는 그렇게까지 필연적인 관계는 없는 것입니다. 릅신이 주관적으로 고트 호소한다고 고트가 아닌 것처럼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다 진짜가 아니며, 마찬가지로 청년 유권자가 이야기하는 불만이나 저주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나 지지하지 않는 이유나 노이즈일 확률이 높습니다. 자체로 교란된 데이터인 거고요.  

이와 관련해서 2014년에 나온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에 의하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명확하지만, 막상 정치를 표면화하지 않은 식의 사회 설문류에서는 각 집단의 반응 일치도가 높을 때가 많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즉, 생각 외로 우리는 사회문화적 가치에 있어 점점 닮은 꼴의 사람들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특정 키워드만 끼워넣지 않으면, 이 문제가 '정치 문제'가 아니라는 것만 확인되면, 우리는 비슷한 사람이라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레 정치적 적대감과 이질감은 더 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거고요. 물론 무려 11년 전의 연구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진부한 설문이라서 옛날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때 붙은 '가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즉 방향성 자체는 저때 시작되어 지금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niemanlab.org/2019/08/maybe-facts-dont-care-about-your-feelings-but-political-polarization-is-about-feelings-not-facts/

여기서 알 수 있는 함의는, 사람들이 표면적으로 발언하는 [정치 발언]이 진짜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말을 하는 본인을 모른다는 거죠. 실제 본인은 걍 평범한 뫄뫄붕이인 건데 그냥 '특정 키워드'에 인터넷 등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학습된 반감이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유도하면서 뜬금없이 지랄발광을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요는 본인조차도 본인의 정체성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사실은 매우 흔한 사례입니다. 기득권자에 대한 반골심리가 생리적으로 그득그득하지만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김대중 죽여버리라는 이야기자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어르신들 많죠. 이와 마찬가지로 청장년층이 인터넷에서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그 발언 자체에 진지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수사학적 진리를 탐구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파고 들면 들수록 지는 것일 수 있죠.

갠적으로는 현재의 인터넷 중심 정치적 극단화는 '적'의 메시지를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하는 순간 자기 진영에서 아싸 내지 박쥐가 될 거라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처럼 진영 구축 정도가 약한 상황, '나는 신한국당을 지지한다' '나는 국민회의를 지지한다' 정도의 관념은 있지만 정치 이야기를 할 사람이 주변 친구나 직장 동료나 가족들 정도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이런 '패거리 관념' 그리고 그와 결부된 '집단 내에서의 인정욕' 같은 게 중요하게 작용하기가 어려웠죠. 지인들끼리 행해지는 이야기니까 적당하게 인정하고 중재하고 하는 게 미덕이기도 했고요. 반면 현대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그런 식의 중용이나 타협이나 절충 같은 걸 꾀하다가는 프락치 소리 듣기 딱 좋고 그래서 말을 못 꺼내게 되죠. 정치 이야기만이 아닌 게 커뮤에서 한창 시끌시끌한 상황에서 중도적으로 온건한 입장 내놓으면 야리돌림 당하기 딱 좋지요. 그게 젠더 관련해서 남초면 서윗 소리 듣는 거고 일본 관련해서 여초면 토왜 소리 듣는 거고. 대세에 동참 안 하고 딴 소리 내면 넌씨눈 되고 눈새 되고.. 그런 프레셔가 항존하는 상황이니 한패들에게 무해한 동지로 인정받고 싶은 인정욕은 만성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고요. 말하자면 충성경쟁 하는 거죠. 리더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라 조직에게 진영에게 충성함. 이렇게 가정하면 인터넷의  허상은 아니지만, 어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가해지는 '동질 압력', 즉 눈치 보는 짓거리를 빼고 보면 과연 인터넷에서의 발화를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보다 인터넷에서 더 눈치를 본다는 게 극히 아이러니하고 개탄스러운 상황이기는 합니다만.

여튼 그래서, 언론 기관들이 청년 정치, 이대남 이대녀, 2030 어쩌구를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는 변죽 울리기 이상이 아니며, 오히려 건들면 건들수록 허상의 문제를 진짜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할 뿐이므로.
이와 관련해서 아래의 글과 같은 생각입니다.

https://pgr21.com/freedom/54744
[아주 솔직한 감상으로 전 ...뭐 그리 대단한 문제라고 300플이 달렸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아주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근데 그 생각을 댓글이나 글로 옮기는 순간 우리들은 ..아궁이에 땔감을 던져넣은 것입니다.
사태의 엄중함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지요.
그런 점을 보더라도 당초의 주제에 대해 우리가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는 그 자체로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닐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이 글 역시 땔감 하나 투척하는 글이긴 한데, 어차피 이 글로 일어날 확산 효과는 극히 제한적/땔깜은 땔깜인데 물 묻은 땔깜임 이라는 생각으로 하나 던져 봅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07-08 08:1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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