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주대환의 포지션이 중요하죠. 주대환은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급진 좌파 활동을 하다가 90년대 중후반 들어 의회주의 노선을 취하면서 한국노동당-민주노동당 활동을 했고, 00년대 이후로는 '뉴 레프트'를 자처하면서 '올드 레프트'를 비판하는 데에 앞장 선 인물이니까요. 쉽게 말해서 87년 이후의 상도동계/동교동계 정치인들이나 이후의 '친노'들처럼 운동권 활동을 밑천 삼아 제도권으로 들어간 건 아니지만 좌파 내부에서는 제도주의적 경향을 보였고, 자연히 아웃사이더로 취급받아 내부 노선 투쟁에서 도태되었으며, 그러다보니 좌파 주류를 타작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어필하는 식의 행보를 보였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현재 좌파들은 NL이고 PD고 다 틀딱들이고 빨갱이들이라 글러먹었다. 다들 나처럼 개념차게 의회민주주의와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빨갱이 아닌 좌파가 되자'라는 식이죠.

근데 이런 포지션 자체가 사실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웃음거리 이상이 안 됩니다. '어휴 아재들 노답 나도 같은 아재지만 나는 다름'이라면서 자신의 '청춘성'을 과시하고 과장하는 자칭(타칭이 아니라) '패션 아재'들 같은 건데, 이런다고 해봐야 오히려 더더욱 아재인 게 티나니까요. 애초에 '뉴 레프트'란 어휘가 주대환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68운동을 계기로 형성된 신좌파를 말하는데, 지금은 그 신좌파들조차도 틀딱으로 까이는 실정(그 세대 사람들이 지금 연배가 70대니까)...근데도 아직까지 뉴 레프트를 무슨 자신이 새로 주창한 정치운동인 양 강조하면서 나머지를 올드 레프트로 싸잡아 타작한다는 건 전형적인 허수아비치기죠. 뭐 비유를 하자면 이미 락과 힙합의 콜라보가 진행된지 20년이 훨씬 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힙합퍼들과 라커들을 싸잡아 편협하다고 공격하면서 '지금까지의 락과 힙합은 썩었다. 나는 두 장르가 조화된 힙락을 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식이죠. 아무 실체가 없는 정치적 수사를 팔아먹으면서 자신의 '패션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스노비즘이라고 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좌파 내부에선 말빨이 먹힐 수가 없고, 애초에 좌파에 관심 없는 민주당계 지지자들에게는 아웃 오브 안중이 될 수밖에 없으니, '이념팔이'가 가능한 건 조중동 같은 보수 언론 밖에 없습니다. 보수 언론 입장에서는 워낙 운동권 이력이 화려한 인물이다보니 '진보의 입을 빌어 진보를 비판하는' 용도로 쓰기에 좋습니다. '골수 운동권인 주대환도 좌빨들 보고 개새끼라고 하는데 이놈들이 개새끼가 아닐 리가 있냐!' 뭐 이런 거죠. 적의 적은 친구인 셈..그리고 주대환 본인 입장에서는 '나는 다른 좌파들과 달리 너그들과 대화가 통하는 개념인이야'라고 어필할 수 있고요. 마치 탈북자들의 상당수가 남한 입성 이후에 자신의 인생살이나 고난을 토로하며 자연스럽게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식으로 방송을 타고 유명세를 얻으며 궁극적으로는 보수언론의 나팔수로 기능하면서 민주당계 정당들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데에 도구로 쓰이는 것처럼. 뭐 미국에서도 민주당/혹은 공화당 내 비주류들의 당내 실상 고발이 반대진영 언론들에게 기사가치가 높죠.

한 마디로 이 기사의 주대환의 발언은 조선일보와 독자들의 비위에 맞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 대가로 자기 인정을 구하는 목적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러한 맥락들을 고려해서 이 인터뷰를 보면 더 재미있는 독해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한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