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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1/11 18:18:28
Name   저퀴
Subject   데스 스트랜딩 리뷰


이야기하기 전에 최대한 스포일러는 없도록 하겠지만, 굳이 피하지 않을 겁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 최소한 1시간이 지날 때까지는 이 작품에 대해 긍정보단 부정에 가까운 감상을 느낍니다. 극단적으로 적은 플레이 구간과 두루뭉술한 긴 컷신이 전부거든요. 거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최소한 에피소드 4, 아무리 짧아도 몇시간은 소요된 후에야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된다는 인상을 줍니다. 게임이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완결성을 갖길 원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초반부를 끝내지 못하고 그만 두기 쉽상이죠. 저도 가장 지루하고 별로였던 부분이었어요.

초반부만 놓고 보면 데스 스트랜딩은 완전한 실패처럼 느껴집니다. 컷신은 길지만 실속이 없고 그 자체로 의미가 없는 설명에 지나지 않아요. 차라리 너무 거창한 세계라서 설명이 한도 끝도 없이 필요했다면 납득이라도 할 구성이었겠지만 게임을 다 끝내고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초반부의 장황한 설명은 불필요하고 필요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도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초반에는 없거나 빈약해요. 좀 더 진행을 해야 나오는데 느슨하다 못해서 개발자의 방종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에요. 이런 느낌은 코지마 히데오의 전작인 메탈 기어 솔리드 5에서도 느꼈던건데 그때보다 더 별로라 생각합니다. 마치 코지마 히데오가 좋아하는 영화로 비유해보자면 영화 '저수지의 개들'의 첫 장면이 훨씬 긴데 재미마저 없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해요. 그러나 초반부에도 인상적인 부분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훌륭한 선곡, 아름다운 영상미, 간혹 나오는 랜덤 인카운터의 인상적인 모습은 지루한 초반부에서도 호의적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데스 스트랜딩은 특이하게도 게임에 대한 인상이 수시로 바뀌는 편에 속합니다. 어느 정도는 의도한 바도 있겠죠. 크게 나누면 초반부와 중반부와 후반부가 많이 다른 게임에 속합니다. 그 중에서 초반부는 생략할 수 있다면 생략하고 싶고, 최소한 중반부 이후부터는 무슨 게임을 만들고 싶었나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후반부부터는 데스 스트랜딩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이해하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이 작품을 플레이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인 주제는 연결입니다. 주인공은 짐을 운반해서 연결이 끊긴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편의를 위해서 구축해둔 시설물은 그대로 공유되어서 서로를 연결합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 5의 마더 베이스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여기서 푸는거 같더군요. 게임이 가지는 서사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아주 흥미로운 요소에요. 그럼에도, 그것만으로 데스 스트랜딩을 아주 좋은 게임이라 칭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아니라고 봅니다.

영상미에 있어서도 초반부를 왜 이렇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중반부가 훨씬 괜찮습니다. 조연과 만날 때마다 나오는 컷신이 낫습니다. 이것도 과유불급으로 느껴지지만, 코지마 히데오가 컷신을 다다익선으로 생각하는 것에 비하면 적절하게 통제했다는 느낌마저 주긴 하지만요. 반대로 도저히 할당할 수 없는 것들은 팬텀 페인 때와 마찬가지로 따로 찾아봐야 하는 텍스트로 처리한건 전 여전히 큰 단점으로 생각합니다.

아까 랜덤 인카운터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BT가 주인공을 습격할 때 보여주는 연출과 레벨 디자인이 이 작품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라 할만합니다. 배경 설정을 온전히 보여주는 연출이야말로 쓸데없는 긴 컷신보다 더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요소가 결국은 플레이어를 방해하기 위한 장치라서 빨리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에 따라선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고, 그저 플레이에 불편함만 주는 요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래서 데스 스트랜딩은 가진 장점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기도 해요.

중반부를 넘어서 이야기가 클라이막스에 가까워질수록 데스 스트랜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서 명확한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데스 스트랜딩을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쳐 정도로 표현하곤 하는데 전 데스 스트랜딩은 오픈 월드일 이유조차 없었던 퍼즐 플랫폼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액션조차 의무감으로 넣은 느낌마저 들고, 심지어 전투는 설정으로까지 제약을 두어 즐기지 못하도록 만들어졌죠.

후반부에 이르면 중반부에 확 고조되었던 서사가 생각보다 빨리 식어버려요. 결말에 이르면 기대한 것에 비하면 실망에 가깝습니다. 이게 만족스러울 정도로 잘 끝난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요. 전 기대를 안 했다가, 플레이하면서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가 나중에 실망한 편이라 이렇게 생각하는걸지도 모르겠고요. 그 와중에도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조작을 멈추고 컷신을 시청하도록 만든건 과잉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무엇보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재고의 여지도 없이 불편하거나 반복적이기까진 한 것도 단점입니다. 모션조차 바뀌질 않는 샤워, 음료 섭취가 포함된 프라이빗 룸은 개발사도 인식했는지 그 짧은 장면조차 생략 기능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게임 스스로도 표현하는 보스 파이트는 거의 다 별로였습니다. 기나긴 컷신보다도 게임이 추구하는 바와는 더 따로 놀아요. 그나마 매즈 미켈슨이 연기한 BT와의 조우만이 꽤 좋았을 뿐이에요.

전 데스 스트랜딩을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그것과 별개로 개인적인 감상은 난잡한 설정과 서사와 게임 플레이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 게임이지만 저에겐 그래도 별로였습니다.



8
  • 역시 가차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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