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4/05 13:10:17
Name   Velma Kelly
Subject   화학 전공하면서 들은 위험했던 썰 몇가지
1.
다른 학교에서 세미나 하러 오신 교수님과 점심을 먹던 중 들은 썰입니다.

이 교수님이 교수 시작한 첫 해에 있었던 일입니다. 교수님이 없는 동안 대학원생이 실험을 하다가 헥세인을 약간 쏟았다고 합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헥세인은 부탄이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로 불 붙이면 잘 타고 가만 냅두면 그냥 기화합니다. 그러니까 이 학생은 그걸 쏟고 나서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냅두기만 했어도 아무 일이 없었을 겁니다.

그 대신 기화를 돕는답시고 냅다 블로우토치를 가져다 지졌다고 합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진 않았지만 (그 자체로 기적) 스프링클러 때문에 온갖 기기들이 망가졌고 학생은 그날로 잘렸다고 하네요


2.
전에 있던 회사에서 안전교육 받던 중 소방서 직원분한테서 들은 썰입니다

감자칩 만드는 공장에 대한 얘기였는데, 컨베이어벨트 위로 기름 범벅이 된 감자칩이 오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감자칩이 가끔씩 불이 붙는다고 합니다. 근데 감자칩이 큰 것도 아니고 그냥 냅두면 대부분 없어지는데, 어느날은 한 놈이 기름을 많이 먹었는지 가만 냅둬도 불이 꺼지질 않았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소화기까지 갈 필요는 없고 그냥 호스 가져와서 압축공기 불면 꺼지겠지' 하고 호스를 가져왔습니다.

문제는 그게 압축공기가 아니라 압축 산소였다는거.

마찬가지로 아무도 안 다쳤다고 합니다. (다쳤으면 웃기 미안하잖아요)


3.
썰이라기보단 제 전 직장이 그냥 썰 그 자체입니다.

무려 불산을 청소용으로 쓰는 직업이니 말 다했습니다. (설명충: 불산은 피부에 닿아도, 입으로 들어가도, 코로 들이마셔도 목숨에 지장이 생기는 미친 물건입니다. 무려 유리를 녹입니다.)

화학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황이 들어간 물건들은 상당수가 정말 뭐같은 냄새를 자랑한다는 걸 아실텐데, 전 저기서 주기율표에서 황 아래에 있는 셀레늄도 건드려봤고 텔루륨 갖고도 실험해 봤습니다. 근데 셀레늄은 황이랑 비슷한 냄새인데 텔루륨은 냄새가 나쁘다기보단 그냥 본능적으로 '이거 직빵으로 맞으면 목숨이 위험하다' 싶은 괴상한 냄새가 납니다. 아무튼 아직도 살아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걸 보면 전 그래도 시키는대로 안전하게 했나 봅니다.


앞으로 제가 썰을 더 만들지만 않길 바랄 뿐입니다 :D



1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36 일상/생각건설회사 스케줄러가 하는 일 - 공정율 산정 14 CONTAXS2 18/12/13 10185 15
    8710 육아/가정둘째 근황 7 도라에몽 18/12/30 5970 15
    8747 영화팟캐스트 영화계 1년 결산 13 구밀복검 19/01/10 5266 15
    8750 정치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의 질문 논란에 대한 짧은 생각 10 The xian 19/01/11 5184 15
    9043 과학/기술화학 전공하면서 들은 위험했던 썰 몇가지 29 Velma Kelly 19/04/05 7275 15
    9199 일상/생각가난한 월급쟁이 이야기. 22 세인트 19/05/15 7600 15
    9180 도서/문학고속도로로서의 템즈강: 18세기 템즈강 상류지역의 운항과 수송에 관한 연구 34 기아트윈스 19/05/11 6042 15
    9389 일상/생각부질 있음 3 化神 19/07/03 5740 15
    9643 일상/생각터널 진입 중 3 웃는눈 19/09/09 4652 15
    9677 역사신안선에서 거북선, 그리고 원균까지. 8 메존일각 19/09/18 6004 15
    9716 기타강다녤 줄서면 치킨 깊티콘 주는 게시글 추첨결과 69 reliqour 19/09/27 4693 15
    9725 일상/생각대체 왜 하면 안되는데 이 나쁜놈들아 22 Jace.WoM 19/09/28 6670 15
    9730 정치내가 조국을 지지하는 이유 26 비오는날이좋아 19/09/29 5911 15
    9873 일상/생각바닷물에 빠질 뻔한 이야기 9 은목서 19/10/23 5844 15
    10100 경제인구가 줄어드는 것만으로 경제가 망할까? 10 MANAGYST 19/12/21 7669 15
    10358 일상/생각좋아진다는 것 4 무더니 20/03/08 6298 15
    10448 정치[데이빋 런시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권력의 본성을 드러냈다. 8 기아트윈스 20/04/02 6611 15
    10505 일상/생각아싸, 찐따, 혹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8 이그나티우스 20/04/17 6023 15
    10557 일상/생각엄마 4 사이시옷 20/05/07 4821 15
    10680 정치미국 제2의 독립기념일과 트럼프 - saying the quiet part out loud 6 다시갑시다 20/06/12 6694 15
    10859 여행[사진多/스압]푸른 파도의 섬 - 울릉도 이것저것 15 나단 20/08/15 6715 15
    10989 문화/예술초가집과 모찌떡과 랩실 5 아침커피 20/09/24 5950 15
    10992 정치북한군이 대한민국 국민을 총으로 쏴 죽이고 시체를 불태웠다 9 이그나티우스 20/09/25 6621 15
    11042 창작사귀지도 않고 헤어진 제 친구의 연애 아닌 연애 이야기 24 아침커피 20/10/12 5181 15
    11227 정치이번 정부의 정책들은, 집값을 어떻게 위로 올렸나? 7 Leeka 20/12/14 5293 1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