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6/11 20:34:03
Name   Zel
Subject   음주운전에 관한 잡생각
전제: 이 글은 누구를 쉴드칠려고 쓰는 것이 절대로 아니며 그냥 평소에 가졌던 생각을 지금 '음주상태' 에서 대략 치는 글입니다.
관련에피소드 https://www.redtea.kr/pb/view.php?id=timeline&no=18739

음주운전은 drunk driving 이라고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좀 더 폭넓게 DUI (drive under influence)라고 씁니다. (알코올) 영향하에서의 운전. 물론 이 용어는 약물에도 동일하게 쓰입니다.  저는 이 용어가 상당히 좋다고 생각하는게 음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게 영향을 끼치는 상태에서 운전하는게 문제라는 취지에서 과학덕으로 상당히 동의하는 편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새벽에 운전하면 술먹은놈 보다 약먹은놈 운전이 더 무섭습니다.

제가 미국에 술집에 갔을때 벽마다 적혀있는 글이. 'Drivers should drink responsibly' 더군요. 운전 하는 사람은 '책임 질 만큼' 만 마시라고. 사실 미국이란 나라가 그렇습니다. 우리같이 대리운전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도시급 아닌 다음에야 술집에 주차장은 엄청 큽니다.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주유소에서도 술 다 팝니다. 다들 와서 술 마시고 알아서 운전하고 가지요. 요즘은 그나마 우버같은 서비스가 있어서 도시권에선 차 놓고 갈 수도 있습니다만, 택시만 있던 시절엔 힘든 이야기였죠. 즉 술은 마시되, 술이 너를 지배하지 않을 만큼만 마시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사실 한국에서도 90년대 초반까진 비슷한 문화가 있었어요. 어떤 술집에는 '음주 측정기'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고 괜찮으면 운전하란 식으로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도 했는데, 정확도의 문제도 있고, 한 잔의 운전도 위험하다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변화도 컸고, 아마 정부에서도 단속을 했던 거 같습니다. 어쨌던 책임 질 수 없는 기계였으니 없어지는게 맞긴 하죠.

나파밸리에 갔을 땐데, 와인 테이스팅을 합니다. 보통 3잔-5잔을 주는데 어떤데는 무제한이에요 (Sterling 같은). 이거 다 마시면 술 약한 사람은 취합니다. 근데 다들 마시고 운전하고 나갑니다. 와 이사람들 음주 단속하면 다 걸리겠는데.. 미국 경찰들은 뭐하나. 근데 사실 음주 단속을 함정 수사를 많이 합니다. 우리같은 일제 단속은 없고 지켜보다 흔들리면 가서 일자 걷기 같은거 시키고 아니다 싶으면 연행하죠. 다 이런 responsible drinking의 연장입니다.

다시 우리사회로 돌아가면, 90-2000년도 초반에 한국에서도 특정 시기에는 거의 50% 정도는 음주하던 차들이 있었습니다. 네 바로 설날/추석 점심 이후에 운전하는 차들입니다. 차 한대 밖에 없고 운전은 아빠밖에 못하는데 아빠가 차례 이후에 음복주를 안마실 수가 없습니다. 안마시면 이런 싸가지 없는 자식을 봤나 하고.. 운전하니깐 술안마신다라는 손사레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안받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다들 술먹고 운전하는데 경찰은 안잡아요. 언론에선 이번 추석엔 잡는다 라고 엄포를 놓아도 잡았다간 난리납니다. 대리도 그날은 없어요. 사실 대리운전도 iMF이후에 생겼지 그 전엔 없었어요.

그런데 술 한잔만 마시고 운전하는 게 그렇게 위험할까요?
이 그래프는 음주운전시 혈중농도에 따른 상대적 사고 위험율의 그래프입니다.



각국의 음주기준은 0.05-0.08%로 맞춰져 있습니다. 이전에는 많은 나라에서 0.08%였습니다. (미국은 지금도) 이 기준을 만든 결정적 연구가 바로 이 그래프의 Borkenstein의 연구입니다. 0.09에서 급격히 치솟는 사고율이 보이시죠? 그래서 0.08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0.03%에서 사고율의 상대적 비율이 감소합니다. 즉 술 안마실때 보다 더 사고율이 낮아요. 예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바로 숢을 마셨기 때문에 그 만큼 더 주의하는 거지요. 이 연구는 나중에 나온 Compton 의 연구에서는 다르지만. 0.03까지 실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사고율 감소시킨다는 다른 연구도 무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는 이 기준을 자기는 모르고, 한 잔이 두 잔되고 조절 안되고, 등등 이기 때문에 아예 한잔이라도 마시면 안된다라는 현재 분위기가가 그렇게 틀렸다고는 저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 클릭비 김상혁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을때 많은 네티즌들은 열심히 깠지만 전 이해가 가더라고요. 왜냐하면 90년대 까진 그게 상당히 일반적이었거든요. 술 마셨으니 좀 쉬었다가 커피 한잔 마시고 운전해라. 등등.

운전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난감할때가 밤에 열심히 술 달렸을때, 아침에 눈을 떴을때 술이 '하나도' 안깼을때 입니다. 저도 고백하자면 두어번 있었던 거 같은데. 거짓말같이 그냥 그대로였어요. 근데 차 없이 출근하면 하루가 너무 고달프니..(특히 영업하는 분이라면..) 그냥 차끌고 갑니다. 사실 이건 밤에 맥주 한잔 먹고 운전한거 보다 훨씬 나쁜 행위고,  DUI의 정의 같은거죠. 근데 아침엔 대리도 잘 안오니 다들 그냥 가죠. 가끔 아침에 음주 단속을 하긴 합니다만 전 한번도 본 적은 없네요. 어찌보면 이걸 더 해야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음주운전만 위험할까요? 과거에는 의사들 정말 술 엄청 쳐먹었습니다. 저 외과 인턴할땐 밤 11시에 병동일 마치고 저녁 먹으러 나가서 한 4시까지 마시고, 고년차 전공의들은 집에가서 서너시간 자고, 인턴 1년차들은 그냥 병원에 가서 자고 수술했어요. 음주 수술이 음주 운전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교수급이라고 뭐 다르지 않았죠. ㅎㅎ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인데, 이젠 다들 그렇게 안마시고 저희 과는 119를 확실히 지킵니다.
제가 경험한 음주행위 (Act under Influence?) 중 최악은 음주 강의였는데.. 지금은 모 생명회사 CEO가 되신분이 예전에 교수질 하실때.. 아 정말 강의를 학생들 사이로 지나가면서 하는데 술냄새는 어찌나 나고.. 강의는 산으로 가고 ㅎㅎ 괴로왔습니다.

결론은.

1. 음주운전은 안좋습니다. 더 중요한건 운전 뿐 아니라 술의 영향력이 있을때 뭔가를 하는 건 안좋습니다.
2. 그래도 시대보정은 해줘야 합니다. 특히 우리사회가 급격히 바뀌었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과거를 바라보면 좀 무리한 점이 있습니다.
3. 인터넷의 결벽증은 과거 복사 게임 시절부터 점점 더 강해지는데.. (루리웹의 폐해?) 좀 성숙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다들 알긴 알아요. 요즘은 너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싸움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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