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6/24 18:02:33
Name   OshiN
Subject   묘한 꿈을 꾸었습니다.
어제 '아가씨'를 감명깊게 본 탓일까요. 몹시 사랑했던 선임이 꿈에 나왔습니다. 영화처럼 물고 빨고 하지는 않았지만, 한참동안 서로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잠에서 깬 후에도 한동안 텅 빈 가슴이 기쁨으로 가득 찬 느낌이었습니다. 전역 후 대학입시에 재도전하겠다며 휴대전화, 페이스북 등 모든 연락수단을 끊어버리고 공부에 매진했던 그 사람. 올 초, 그와 나의 상관이었던 사람으로부터 수능을 망쳤단 얘길 우연히 들었습니다. 당시엔 안타까우면서도 못나디 못난, 나와 같은 보통의 사람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참 한심하지요? 하지만 오늘 꿈에서 날 안아준 그 사람은 언제나 방실방실 미소짓는 모습이 아니라 슬픔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20대 중반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많은 것들을 희생시켜가면 도전한 시험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실패했으니까요. 시험이 끝난 지 오래토록 선임의 연락처는 복구돼지 않았고 그의 친구, 동기들도 소식을 전혀 모르더군요. 그가 다녔던 대학교의 재학생 커뮤니티를 기웃기웃 드나들면서 모니터링하기도 하고, 서울의 유명 재수학원들을 돌아다니며 입학상담을 받는 척하며 이곳에 그가 다녔는지 물어보기도 하였으나 끝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꽤 커다란 충격을 받았겠다 싶었는데, 꿈에서 본 표정을 보았을 때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을 꿈에서라도 만나고 안을 수 있어 분명 기쁜데, 기쁜데 기분이 묘해요. 선임이 전역하기 한 달 전부터 저릿저릿했던 마음이 커지고 커져 전역일엔 심장을 차갑고 날카로운 비수로 도려내는 심정이었는데, 오랜만에 비슷한 감정을 느낍니다. 책상속에 고이 간직해둔 그의 명찰과 사진, 그리고 스키장갑을 꺼냈습니다. 군대라는 절망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둘도 없는 보물들입니다. 두툼한 스키장갑이 마치 그의 손인 것 마냥 부여잡고 기도했더랬지요. 지친 네 영혼이 날 찾아왔을 때에도 너의 슬픔을 보듬기엔 내가 너무 작아. 미안해요. 당신이 하늘아래 어디서 무얼 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응원할게요.



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193 기타[불판] 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23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7/05 4908 0
    11821 정치윤석열 파일... (중) 23 Picard 21/06/25 4908 2
    2379 정치물의신 오세이돈 13 Toby 16/03/11 4909 0
    2710 창작[조각글 23주차] 희나리. 3 헤베 16/04/29 4909 1
    2831 창작[26주차] 순간에서 영원까지 14 에밀리 16/05/18 4909 0
    3694 기타서원(書院)에서 한문 배운 썰 (3): 구밀복검(口蜜腹劍) 30 기아트윈스 16/09/13 4909 5
    5345 일상/생각한복 벙개 후기 및 정산 17 소라게 17/04/02 4909 10
    7925 일상/생각인터넷 커뮤에서의 여러 논쟁에 대한 생각 10 벤쟈민 18/07/23 4909 14
    8041 음악[팝송] 제이슨 므라즈 새 앨범 "Know." 김치찌개 18/08/11 4909 2
    8519 일상/생각추억의 혼인 서약서 10 메존일각 18/11/14 4910 9
    6573 방송/연예11화 리뷰를 겜알못으로 만든 파이널 소사이어티 게임 리뷰 6 Leeka 17/11/11 4911 0
    11260 창작그 바다를 함께 보고 싶었어 Caprice 20/12/22 4911 6
    11408 꿀팁/강좌윈도우10에 있는 클립보드 사용 기능 2 소원의항구 21/02/10 4911 4
    10514 정치오히려 우리는 지역주의를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낙선할 수 없는 지역주의) 12 sisyphus 20/04/19 4912 0
    13705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1. 원작 만화처럼 로맨스 즐기기 16 서포트벡터 23/04/03 4912 9
    2060 일상/생각편의점 다녀온 이야기 8 NightBAya 16/01/19 4913 0
    3115 일상/생각묘한 꿈을 꾸었습니다. 11 OshiN 16/06/24 4913 5
    3136 일상/생각어느날의 질문 52 ORIFixation 16/06/27 4913 0
    3005 영화정글 북(2016)을 보고 - (스포 일부) 2 2Novation 16/06/12 4914 1
    6460 일상/생각미역국 6 마녀 17/10/24 4914 13
    6540 게임신 트레일러 기념으로 와우를 오리지날에 시작 했던 이야기를 라노벨 돋게 쓰려고 했지만 쓰다가.. 8 천도령 17/11/05 4914 5
    10594 IT/컴퓨터스마트폰 재난지원금 구입 정보 1 Leeka 20/05/18 4914 0
    11117 창작그러면 너 때문에 내가 못 죽은 거네 (5) 13 아침커피 20/11/07 4914 10
    15262 정치화교는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는 말 13 당근매니아 25/02/11 4914 17
    6792 창작[소설] 검고 깊은 목성의 목소리 - 2 1 드라카 17/12/20 4915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