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6/06 23:36:39
Name   Raute
Subject   엑스맨 아포칼립스 보고 왔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할게요. [종말닦이]

후아... 평론가 평은 나빠도 팝콘무비로서의 역할은 할 줄 알았습니다. 그 악평을 들은 <맨 오브 스틸>도 액션 때문에 재밌게 봤거든요. 제 기대치는 딱 이정도였습니다(배대슈는 저스티스리그 0.5라서 안 봤어요).

그런데 세상에 러닝타임 3-40분은 잘라먹은 듯한 개연성 말아먹은 진행에 조잡한 연출, 너무나도 어색한 CG, 정신없고 산만한 편집은 액션이고 뭐고 빨리 집에 가고 싶게 만들더군요. 심지어 액션도 형편업습니다.

<시빌워>가 다양한 히어로들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 맛깔나는 단체 액션을 보여줬는데 어떻게 이건 1대1 구도조차 제대로 표현을 못하는 건지... 특히 모 캐릭터는 예고편에서 그렇게 폼 잡아놓고 허당의 극치입니다.

무엇보다 최악은 메인 빌런 아포칼립스의 존재감이 절망스러운 수준이란 거죠. 개인적으로 메인 빌런의 빈약함 때문에 <어벤저스1>을 높게 보지 않는데, 아포칼립스에 비하면 로키는 악의 화신이요, 만인의 아치에너미입니다. 배우가 키가 작아서 모양새가 안 산다고 듣기는 했는데 어색하다 못해 유치하며, 연기도 별로여서 위엄넘치는 게 아니라 웃음이 넘칩니다. 후반부 가면 목소리에 기계음을 넣던데 차라리 처음부터 보정을 했으면 좀 나았을지도요. 게다가 외모만 문제가 아니라 보스로서의 포스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활약상이 너무 없어요.

캐릭터들의 등장과 퇴장 역시 못마땅한 구석이 많으며, 역할 배분 또한 아쉽습니다. 온라인으로 화제였던 소피 터너의 진 그레이는 비주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연기력 덕에 도저히 몰입이 안 되었고, 다른 조연-단역들 역시 별로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히어로물이 갖는 메리트도 없고, 평범한 블록버스터로도 매력이 없으며, 드라마로서도 낙제요, 엑스맨 시리즈의 주요 정체성 중 하나인 소수자 영화로서의 가치도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오오 브라이언 싱어가 엑스맨 시리즈를 종말로 이끌 것이란 평론이 기억납니다.

이 영화의 의의로 세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노골적으로 떡밥을 뿌려놓은 차기작을 브라이언 싱어가 아니라 매튜 본이 맡을 거라는 기대감이 첫번째요, 섹시한 사일록이 두번째요, 마지막으로 워크래프트에 대한 항마력을 길러준다는 것입니다. 4DX 보려다 시간 안 맞아서 2D로 봤는데 오오 내 지갑의 안녕이여, 그 돈으로 지금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고 있습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69 일상/생각빛바랜 좋은 날들, 사라져가는 멜로디. quip 18/06/12 4629 5
    8264 창작상도동 秘史-하이웨이 민치까스 5 quip 18/09/22 6576 7
    8344 창작존재와 무국 7 quip 18/10/09 5840 13
    5204 게임레고랜드 아니고 레고월드 (LEGO Worlds) 후기 (데이터주의) 4 R2D2 17/03/16 9363 5
    11646 육아/가정아들 이름을 어떻게 만들어 주어야 하나? 19 R4tang 21/05/06 5108 3
    11920 기타쿠팡 마켓플레이스 판매자 후기 9 R4tang 21/07/26 7133 2
    8918 기타이제 군대 전역하고 복학하는 새내기(?)입니다 5 rarbg 19/03/01 4634 0
    339 기타독일 분데스리가의 선수랭킹 12 Raute 15/06/16 11697 0
    352 기타마루야마 겐지가 쓴 소설의 문장들 16 Raute 15/06/18 10312 0
    387 기타축구계와 약물 17 Raute 15/06/21 13402 0
    424 기타재미있게 읽었던 책 추천(1) 20 Raute 15/06/24 9202 0
    489 생활체육필드 위의 염소와 망아지 4 Raute 15/07/01 10385 0
    525 생활체육알렉스 퍼거슨의 흑역사, 월드컵 5 Raute 15/07/06 11310 0
    566 문화/예술예술가와 작품은 분리될 수 있는가? 53 Raute 15/07/11 15724 0
    594 IT/컴퓨터다음팟 방송에 대한 의문 13 Raute 15/07/15 9458 0
    912 일상/생각키 큰 남자가 키 작은 여자와 연애하기 38 Raute 15/09/04 31304 0
    932 생활체육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3 Raute 15/09/06 6284 1
    982 생활체육[GIF] 유럽축구판 북산 vs 산왕 4 Raute 15/09/13 6108 0
    1053 생활체육레버쿠젠과 손흥민 이야기 26 Raute 15/09/21 11053 4
    1062 생활체육차범근의 동료들 - 프랑크푸르트 4 Raute 15/09/22 16592 1
    1093 생활체육차범근의 동료들 - 레버쿠젠 5 Raute 15/09/24 12935 0
    1101 생활체육울리 슈틸리케 이야기 12 Raute 15/09/25 11538 5
    1328 생활체육네이버 스포츠의 차범근을 띄워주기 위한 번역 조작 8 Raute 15/10/24 9389 1
    1358 음악(스크롤 압박有)락알못/퀸알못이 추천하는 퀸의 노래 7 Raute 15/10/28 16881 0
    2958 영화엑스맨 아포칼립스 보고 왔습니다. 10 Raute 16/06/06 4402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