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05 00:14:53
Name   눈부심
Subject   전업주부찬양
저희집에선 남편이 전업주부이고 제가 직장 다녀요.

남편의 내조를 받은지 최소 2년, 거의 3년 되는 것도 같고 안 세어봐서 잘 기억이 안 나요. 출근하려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이는 저보다 일찌감치 일어나서 아침밥 챙겨주고 도시락도 싸 주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과일접시 내어 오고 (저녁은 제가 원래 먹는둥 마는 둥) 빨래, 설거지는 물론 주말에 제 차에 기름도 넣어주고 각종 공과금이며 보험료도 몽땅 처리해주고 차에 문제 생기면 싹 도맡아서 해결해줘요. 직장의 유무에 관계없이 가사일은 분담하는 것이 좋지만 우리는 애가 없어서 전 남편이 해주는대로 다 누리고 살아요.

내조받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란 생각에 항상 감사하며 살아요. 같이 직장다닐 땐 아침을 거르고 회사 가서는 배고파서 포효할 것처럼 .\ /. <= 이런 상태로 있다가 점심은 대충 샌드위치 사먹고 집에 와서는 또 배고파서 아무거나 집어먹곤 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식사를 챙겨주기 시작하면서부터 몸무게도 일정하고 건강해졌어요.

우리 뱃속에는 많은 박테리아들이 서식하는데 뱃속의 좋은 박테리아들이 우리 뇌의 정서적 안녕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집에서 먹는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어요. 주부님들 커뮤니티에 가면 솜씨좋은 주부님들이 풍성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선보여 주잖아요. 그게 다 가족건강의 근원이에요. 남편이 장금이는 아니지만 야채, 과일 신경 써서 챙겨줘요. 늘 같은 메뉴를 먹으면 사실 좀 질리기는 한데 배우자가 음식 해주면 헐리우드액션으로 고맙다며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건 기본예의입니다.

전 사실 회사가는 것이 즐겁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즐겁지 않은 일은 남편이 하지 않길 바라요. 저도 집에서 쉬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집에서 쉬는 것이 좋아요. 저는 노동이 자아실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노동은 제게 오로지 생계수단일 뿐이에요. 제 수입으로도 충분히 생계가 유지되는 건 운이 좋은 거죠. 많이 벌어서는 아니고 둘이 아끼고 살아요. 남편이 많이 현명해요. common sense가 최고의 강점인 사람이랄까. 저는 좀 심하게 근시안적이고 엉뚱 ㅋ.  

여튼 내조를 받아보고 전업주부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어요. 내조를 받는 입장은 임금님이 된 기분이에요.  



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49 일상/생각미장센 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제 참여작이 상영됩니다! 11 한아 16/05/05 6509 5
    2747 기타제이너의 똥캡슐 만들어 먹은 일 24 눈부심 16/05/05 8870 5
    2925 정치새누리 측 노동법 개정안 간단 요약 정리. 11 당근매니아 16/05/31 5203 5
    2676 음악프린스... 6 새의선물 16/04/23 5283 5
    2666 일상/생각일산의 대중교통 #1 스피드 레이서 21 化神 16/04/21 6776 5
    2639 창작[22주차] 빵곰 삼촌, 봄이 뭐에요? 7 얼그레이 16/04/19 4717 5
    2617 의료/건강음주에 대한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26 모모스 16/04/14 10952 5
    2540 일상/생각전업주부찬양 34 눈부심 16/04/05 5295 5
    2513 정치[자랑] 상위 1퍼센트에 도전합니다. 34 기아트윈스 16/04/01 4961 5
    2511 창작일기 1 nickyo 16/03/31 5797 5
    2486 일상/생각장미라는 이름 12 ORIFixation 16/03/28 5356 5
    3000 일상/생각스탠포드 대학교 강간사건과 피해자의 편지 6 barable 16/06/11 6088 5
    2427 일상/생각아빠와 알파고 6 nickyo 16/03/18 4955 5
    2386 기타[SF단편] 펭귄 밀크 10 중년의 럴커 16/03/11 5091 5
    2356 IT/컴퓨터알파고의 작동 원리 8 Toby 16/03/09 6555 5
    2337 일상/생각알랭드보통의 잘못된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 대하여 54 S 16/03/03 6360 5
    2331 기타무료하버드를 추구하는 사람들 21 눈부심 16/03/02 5564 5
    2317 기타[차TEA] 1. 널 잘 모르겠어 그래서 왠지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feat. 기문 4 펠트로우 16/02/29 5281 5
    2265 일상/생각담배 <2.9375> 5 이젠늙었어 16/02/20 5746 5
    2303 과학/기술맛없는 것 투성이었던 옛날 17 눈부심 16/02/28 6319 5
    2246 문화/예술게임계의 절대적인 상징, 슈퍼마리오 6 커피최고 16/02/18 8792 5
    2227 과학/기술모든 물리는 국소적이다. 22 눈부심 16/02/15 8661 5
    2163 역사육두구 이야기 9 모모스 16/02/02 7814 5
    2073 경제행복과 행복에 관한 생각들 21 Moira 16/01/21 7261 5
    2070 IT/컴퓨터3주간의 개인 프로젝트 삽질기..(1/2) 11 칸나바롱 16/01/20 8977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