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2/17 14:30:50
Name   눈부심
Subject   구글은 우릴 멍청이로 만드나
출처 : http://www.theatlantic.com/magazine/archive/2008/07/is-google-making-us-stupid/306868/
http://www.wired.com/2007/09/st-thompson-3/

첫번째 기사가 아주 훌륭합니다. 어쩜 저런 글을 쓸 수 있는지.. 번역 아니고 요약 및 소고예요.

인터넷이 도래하기 전 종이활자를 접하고 살던 우리는 끈기있게 페이지를 하나씩 넘기며 꽤 긴 소설을 소화하곤 했어요. 방대한 정보가 필요하면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수십권의 참고서를 들여다보며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 필요한 정보의 팩트확인까지 완성할 수 있었죠. 지금은 구글 덕분에 몇 분만에 웬만한 지식을 확보할 수 있어요. 인터넷이란 건 고객의 구미에 맞게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그 편리함에 편승한 우리는 내가 굳이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언제든 검색이 가능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 덕에 네트워크에서 혈기왕성하게 블로그며 SNS에서 더욱 세련된 글을 폭포수같이 쏟아냅니다. 넷상에 몸담고 있는 이상은 언제든 접근가능한 지식창고를 등에 업고 스스로 꽤나 해박한 식자인 듯 으쓱해하기도 합니다. 열성적으로 글을 쏟아내던 나라는 당사자가 스스로가 한 말까지 새까맣게 잊어버려도 검색으로 암흑 속의 기억을 불러내면 무언가에 정통하던 해박한 식자도 다시 살아납니다. 이렇듯 두뇌의 노역을 내려놓고 편리한 접근성에 의존하다보니 종이활자시절에 길고도 긴 산문을 감당하며 꽤나 깊은 사색을 불편해하지 않던 우리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만 같습니다. 아니 그런 상실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를 검색해도 엄청난 양의 정보가 넘쳐나고 링크의 링크를 따라 네트워크를 무한히 헤엄쳐 다니는 우리는 찰나성으로 훌륭한 상품임을 증명하는 정보가 재단하는대로 사고를 하게 됩니다. 눈을 사로잡는 제목, 군더더기없이 간결한 기사들, 오로지 최대한 손쉽게 전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정보들 사이에서 마치 기계가 순식간에 해독할수록 탁월한 기능을 자랑하듯 우리도 효율적으로 스캐닝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글이든 문단이 많다 싶으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손가락은 성급하게 링크를 타고 집중하던 것에서 달아나려고 합니다. 기사를 읽다가 팟캐스트를 듣다가 동영상을 보다가 다른 창으로 순식간에 이동을 했다가 하죠. 이런 속도와 과잉의 환경에 익숙해져 더 이상 독서가 옛날만큼 되지 않는 분들이 여기에도 혹시 계시나요?

저는 두꺼운 책 읽을 때면 늘상 눈은 글자를 따라가는데 정신은 딴 데 가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인터넷을 많이 하다가 더 이상 책을 손에서 놓게 된 것인지 원래 책을 즐겨 읽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완역판은 정말 손이 가지 않는군요. 이거 완독하려면 한 5년 걸릴 듯;;

인간이 시계를 발명한 이후 우리몸도 시계침에 맞춰져 생물학적으로 고정이 되었어요. 이제는 인터넷이 우리의 인지능력도 바꿀 참인 모양입니다. 제가 첫기사를 읽고 재미있어서 야심차게 이 게시물을 시작했는데 읽은 기사내용이 생각이 안 나서 이어가질 못하겠네요 -.- 생각해보니 이게 인터넷활자중독의 단점인 것 같아요. 두꺼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 않으면 다시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꽤 집중하며 많은 것을 뇌 속에 저장해두려고 할 것이란 말이죠. 저는 인터넷하면서 기억해두려고 노력하는 법이 없어요.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으면 링크를 카피해 두는 것이 다예요. 홀... 기사를 다 읽고 나서는 글쓴이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저는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인터넷의 장점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고 찬양해마지 않았는데 넷을 떠나 있으면 저는 바보나 다름없는 것 같기도 해요. 옹...

P.S. 기사 첫문단에 스탠리 큐브릭의 < 2001 : A Space Odyssey >라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퍼컴퓨터 HAL의 대사가 나오길래 너무너무 궁금해서 오늘 그 영화 봤어요. 우와!!! 1960년대에 그런 세련된 영화를 만들다니. 관객을 놀래켜주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요즘 헐리우드영화랑 비교되면서 긴 소설책 읽는 기분이었어요. 이건 반드시 봐야 할 필생의 영화예요!



3
  • 깔끔하게 읽기 좋아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771 기타구글어스 보다가 발견한 것 11 연구실지박령 20/07/13 5529 2
14383 IT/컴퓨터구글에 암호를 모두 저장하는 습관 36 매뉴물있뉴 24/01/05 4496 1
5420 IT/컴퓨터구글에서 픽토그램 매칭 도구를 만들었네요. 5 Toby 17/04/12 6336 1
1800 IT/컴퓨터구글은 우릴 멍청이로 만드나 47 눈부심 15/12/17 7783 3
896 IT/컴퓨터구글의 새 로고가 바뀌었었군요. 2 한아 15/09/03 5453 0
3734 꿀팁/강좌구글의 인턴/대졸 개발자 가이드 21 elanor 16/09/20 6804 3
3843 꿀팁/강좌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환급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3 피아니시모 16/10/07 8551 1
7577 기타구닥다리 노트북은 하드 이사도 빡세네요. 4 ronia 18/05/24 4885 0
10019 방송/연예구독취소로 컨텐츠를 만들어낸 나영석 14 Leeka 19/11/23 6946 3
5261 일상/생각구두통 메고 집 나간 이야기 16 소라게 17/03/22 4413 17
1258 영화구로사와 아키라 - 움직임 구성하기 12 구밀복검 15/10/15 7265 5
8787 음악구름과 밤 새를 불러줘 8 바나나코우 19/01/22 4023 2
10305 음악구만구천구백구십구개의 종이새(feat. 초코에이블) 12 바나나코우 20/02/18 5846 7
12936 기타구멍난 클라인 병 9 Jargon 22/06/21 5174 1
10545 기타구몬 일어 4A부터 2A까지 일지 대충 정리 8 수영 20/05/03 7630 7
11311 의료/건강구박이는 2020년에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25 구박이 21/01/02 6125 22
12376 일상/생각구박이는 2021년에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61 구박이 21/12/23 7235 70
12491 기타구인공고: C++, JS 개발자를 모십니다 44 T.Robin 22/02/04 6469 0
14056 기타구직 - 과외/ 일대일 영어 화상수업 14 풀잎 23/07/21 5067 9
14730 일상/생각구직을 마무리하며 - 많은 분들에게 감사했던 시간 16 kaestro 24/06/06 3121 12
14131 정치구척장신 호랑이 포수 장군의 일생 3 당근매니아 23/09/05 3157 14
854 영화구토 유발 영화, 그리고 그 후속작 2 한아 15/08/27 5264 0
6262 기타국.외산 무기의 여러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주장이 있어 가져와봅니다. 2 empier 17/09/12 4607 0
2690 기타국가가 불러서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14 Toby 16/04/26 4707 0
13305 스포츠국가대표 4 카리나남편 22/11/09 3871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