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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11/12 20:27:21
Name   골든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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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추위 속의 수요일



핑커와 같은 학자들은 우리 시대로 오며 강력범죄 등의 통계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단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인간의 악은 과연 감소했을까. 고민해보면 그건 어려운 주제입니다.

그사이 유전자 개량이 일어났을 리도 없을뿐더러, 인간은 늘 죄 짓고 번민하는 존재기 때문이지요.

또 환경이 안전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도 잔인하게 느끼게 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열심히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욕할 필요는 없죠. 우리는 보다 풍요롭고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위해 초연결 사회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연결과 배제의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었습니다.

공동체를 잃은 자본주의는 이익과 관계가 함께 가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사람들의 악의와 편견은 형태를 달리해서 반복됩니다. 주로 온라인으로 스며들고, 젠더 혐오 등으로 스며듭니다.

눈에 띄는 외상은 줄었어도 마음의 상처로 곤란을 호소하는 이들은 늘어난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착취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동선과 동작, 타인의 욕망에 비뚤어지지 않게 맞추는 것에만 치중된 많은 상품과 용역 속에서 제일 먼저 우리가 손을 놓쳐버린 건 아이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들에게는 아저씨 하나 있는 문방구에서 간식을 사먹는 종류의 일탈도 허용되지 않고, 텅 빈 무인 간식가게에서 기계를 사용해 간식을 삽니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원래 그곳에 있었어야 할’ 온기를 대신 채우는 양 포스트잇에다 과자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누구누구 사랑해 같은 깜찍한 글을 씁니다.

배달의 민족 어플에서 굳이 별점 5점을 주며 호들갑을 떨며 맛있다는 리뷰를 쓰는 맘 약한 여학생을 볼 때처럼, 항상 저는 마음의 인력과 장력 사이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안타깝습니다. 특히 아이들이요.

더욱 더 교묘해진 형태로 각종 영업과 사업이 날아다니고, 예전에는 가족이나 동네의 끈끈한 정으로 버티던 서민들의 모습도 오늘날은 바뀐 지 오래입니다.

부모의 경제적 요구와 대리만족, 현시적 욕구 앞에 고민하는 주위 친구들 이야기를 들은 지 꽤 되었으니까요. (물론 홍차넷은 좋은 부모 분들이 너무 ^^;; 많습니다만)

정상성의 시각 하에 모든 것이 간편해지면, 그 밖의 삶을 산 사람들에게는 그것들이 하나하나 부담이 됩니다.

그 모든 걸 보면서 가을 단풍이 빨갛게 익는 걸 보면서 저는 로스쿨에서, 대학에서 쌓인 한기가 녹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독 저에게는 부모의 사랑을 끔찍하게 받은 여자아이들이 친구가 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받는 것에 능했고, 저는 주는 것에 능했죠. 그들은 받고 떠나갔고 절 서운하게 했어도 악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패턴도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제겐 솔직히 강도 한 번 당하는 게 더 나았을 거 같은 내상이 생겼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우글우글한 악의와 이기심 속에서 자꾸 눈에서 미끄러지고 읽히지 않던 글자들에, 드디어 요즘 제 마음을 넣어 읽어봅니다.

나름 다른 사람들과 섞여보고 싶었는데, 그럴 때마다 남는 건 상처입니다. (그리고 저로 인해 잘 되는 몇 명들…)

내 따뜻함은 보이지 않는 따뜻함인가 고민하면, 학원 아이들은 그렇게 좋아해줬는데- 역시 어른들의 간사함이 무서운 건가 봅니다.

의동생은 이제 하루에 아주 적은 수의 사람만 만나니 삶이 좀 낫다고 합니다. 그게 나을까 싶다가도 ..

사랑과 애정, 온기를 받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분은 연락 주십시오. 흐흐. 경험이 없으니 악순환으로만 … 하여간 햄스터는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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