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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5/10/17 17:52:58 |
| Name | 당근매니아 |
| Subject | 부동산 정책이 문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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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문재인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말, 정부가 집 사야될 곳을 정해준 격이라는 말, 서울이 평양이 되었다는 말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보다가 이건 그냥 민주주의의 실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서울과 경기가 막대한 예산과 인프라를 전부 집어삼키고, 사람들이 지방에서 살아야 할 유인은 점차 사라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단적으로 이번에 개통한 GTX-A 사업비가 2조 9천억원 가량이고, 작년에 발표된 교통분야 3대 혁신방안에서는 총 예산을 38조 이상으로 잡았습니다. 반면에 지방 광역고속철도에는 18조 가량이 배정되었을 뿐이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12516341) 광역시들이 예산 부족으로 지하철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뉴스도 접했었는데, 지금 와서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서울은 철도 사업 추진 시에 다른 지자체보다 낮은 수준의 정부지원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절대적인 금액 자체가 크고 재정자립도의 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SOC 예산투입을 위한 사업타당성 평가에는 여러 지표가 활용되긴 하겠습니다만, 결국 사람이 이미 많이 모여사는 서울/경기권에 또다른 인프라가 추가되는 방향으로 귀결되는 게 계속 반복되어 왔습니다. 유동인구가 많고 붐비는 지역이니까,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더 배정하고, 결과적으로 사람은 더 늘어나고 땅값은 뛰죠. 그리고 그 인구는 결국 표가 되고 이익집단이 되어 다시금 SOC 확충을 주장하는 되먹임이 일어납니다. 반대로 지방은 인프라 투자가 더디니 사람과 기업은 더 빠져나가고, 정치권에서도 시나브로 표가 안되니 점점 발언력은 약해져, 또다시 사업예산을 끌어오지 못합니다. 당장 서울/수도권 내에서도 이러한 양극화는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구밀집된 구와 세수 딸리는 구에서 행하는 복지사업 규모 자체가 너무나 차이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러한 피드백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서 칼을 빼드는 것 이외에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로서도 연고지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방에 예산을 투입하자는 공감대를 끌어내기도 어렵겠죠. 당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수원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승인되어서는 안되는 사업이었다고 봅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보다도 특정 도시에 쏠림현상이 심하게 발생한다고 아는데, 1인 1표를 행사하는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예산 편중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방분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빼놓을 수가 없는 게 참여정부 시절 헌재의 '관습헌법' 드립입니다. 행정수도 이전 개념은, 공공기관/공기업을 전국 곳곳에 흩뿌려서 시너지가 전혀 날 수 없게 한 작금의 정책보다 훨씬 나은 효과를 기대할 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광역권별로 중심지역을 정하고, 해당 허브를 키워서 지방이 각자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어야 지금의 수도권 과밀을 늦출 수 있었을 겁니다. 당시 헌법재판관들의 '활약'으로 인하여,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지만요. 뭐 중언부언하게 되었습니다만,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 집값을 잡고 어쩌고 하는 건 그냥 허상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더더욱 살기 좋게 만든다고 지속적으로 막대한 돈을 때려 박는데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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