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10/02 08:23:39수정됨
Name   큐리스
Subject   부부로 살아간다는건 서로 물들어가는것 같아요.
아침,출근준비를 위해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낯익은 냄새가 흘러들어왔습니다.
캠핑장에서 맡았던 장작 타는 냄새 같기도 하고, 가을 산속 어디쯤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냄새 같기도 한, 그런 은은한 향이었습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찬 공기와 함께 들어온 그 냄새에 문득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향기라는 것이 참 묘하다고.
어떤 냄새는 우리를 특정한 순간으로, 특정한 사람에게로 데려가버리니까요.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아내만의 향이 참 좋아졌습니다. 향수가 아닌, 그 사람 고유의 체취 같은 것 말이에요.
집에서 편하게 입고 있는 원피스에서 나는 그 특유의 향도 좋고, 심지어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풍기는 술 냄새조차 귀엽게 느껴집니다.
어제도 팔베개를 해주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느새 아내의 머리 냄새를 맡고 있는 제 모습을요.

마치 가을이 오면 어디선가 가을 냄새가 나는 것처럼, 아내의 향은 이제 제게 그런 계절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나 봅니다.
이 향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부부란 어쩌면 낙엽처럼 서로에게 물드는 존재가 아닐까요.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서로의 색을 닮아가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것을요.



19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422 정치당연히 이재명이겠거니 하는 공유된 태도 29 명동의밤 25/05/03 3894 19
    15491 정치개표 참관 후기 5 dolmusa 25/06/04 2014 19
    15651 경제주식에 대한 과세체계와 주식시장의 성격 5 택시기사8212 25/08/05 1785 19
    15755 일상/생각부부로 살아간다는건 서로 물들어가는것 같아요. 4 큐리스 25/10/02 1613 19
    11830 역사왜 작은 어머니를 숙모라고 부를까. 19 마카오톡 21/06/30 10811 20
    11842 정치[펌글]두가지 공정함 ㅡ 조별과제의 공정함과 형제의 공정함 14 주식하는 제로스 21/07/02 5235 20
    2858 일상/생각급진적 인터넷 페미니즘의 승리인가? 34 난커피가더좋아 16/05/22 7063 20
    4778 일상/생각나랑만 와요 48 민달팽이 17/02/05 5736 20
    5745 일상/생각어떤 변호사의 이혼소송에 관한 글을 보고. 10 사악군 17/06/05 5787 20
    4869 일상/생각연애 편지 14 Toby 17/02/15 5091 20
    4898 일상/생각30대 남녀가 6년을 만나 40대가 되어 결혼한 이야기 (2) 16 Bergy10 17/02/17 6642 20
    4956 의료/건강우울은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32 깊은잠 17/02/22 8225 20
    5196 일상/생각자존감이야기 45 기아트윈스 17/03/15 5694 20
    5542 사회무지개 깃발. 61 tannenbaum 17/04/28 7098 20
    6195 IT/컴퓨터컴쫌알이 해드리는 조립컴퓨터 견적(2017. 9월) 25 이슬먹고살죠 17/08/29 9092 20
    8073 일상/생각지하철에서 잃어버린 가방 찾은 이야기. 38 reika 18/08/18 6372 20
    6614 문화/예술남자. 꿈. 노오력. 10 알료사 17/11/18 7008 20
    6674 일상/생각삶의 무게... 11 사나남편 17/11/29 4675 20
    6686 방송/연예여자친구가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15 레이드 17/11/30 6391 20
    6764 게임그래도 게임은 한다. 23 세인트 17/12/14 7133 20
    6785 일상/생각공동의 지인 20 달콤한밀크티 17/12/19 5366 20
    6905 역사무굴제국의 기원 23 기아트윈스 18/01/06 7113 20
    6949 일상/생각이불킥하게 만드는 이야기. 28 HanaBi 18/01/16 4958 20
    7106 IT/컴퓨터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이 도입되는 과정 34 기쁨평안 18/02/13 13730 20
    7141 일상/생각사라진 돈봉투 4 알료사 18/02/21 5946 2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