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3/22 00:45:43
Name   골든햄스
Subject   기분 좋은 하루를 기록하기
기분이 좋을 때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진짜 노동이다.
기분이 좋으면 그걸 만끽하게 되어서 굳이 글을 쓰는 고생을 안하게 되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 세상에 진짜 필요한 건 기분 좋은 글이다. 그래서 쓴다.

오늘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몰라도 날이 밝았다.
눈썹 반영구 문신을 예약해놓고 못갔는데 예전과 다르게 ‘자본주의 너머에 사람 있어요’ 를 알게 되어 진심으로 사과하게 됐고 그걸 가게 분도 느껴주셔서 다행이었고 조금이나마 성장하게 된 것 같아서 (물론 전에 취소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다행이었다.

요즘 집이 대청소와 구획 정리로 깨끗해져서 다행이었다.
1주에 1번 청소 하시는 분이 오는데, 새로 오신 분이 정리정돈을 예상외로 잘해주셔서 집이 훤해져서 좋았다.

성신여대 근처 카페를 갔는데 천장이 높아 애용하던 카페 b1이 사라진 건 슬펐지만, 근처의 한옥 카페에 가서 괜찮은 디저트와 음료를 먹을 수 있었다. 분위기도 좋고 주인 아주머니도 친절하셔서 학원 강의 준비를 잘했다. 이제야 조금씩 강의/과외 준비하는 시간과 강의/과외가 맞아떨어지고 있고 (아직은 좀 시간이 모자라다) 복지 받는 것과 관련하여 복잡한 서류 일도 많이 처리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요즘 일을 하며 인지능력도 많이 회복되고 있어 다행이었다. 그런데 같이 일을 하다 비버에게 어떤 언론사에서 연락이 왔고 개업하는 변호사 사무실을 홍보해보겠냐 했는데, 이런 제안 자체가 온 게 우리가 좋았고 어른들 세계로 나아가는 느낌도 들었다. 비버는 그 자리에서 바로 서초 변협에 가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려 하다 시각이 늦어서 못했다. 그대로 자리에서 나와 햇빛을 받으며 성신여대입구 근처 번화가를 걷고 버스를 타서 집 근처로 돌아왔다.

예상보다 깨끗한 집으로 돌아와 디즈니 플러스로 ‘더 베어’를 같이 3화를 보고 (비버는 더 보고 싶어했다) 오랜만에 예전에 하우스 시즌1을 볼 때의 기분을 떠올렸다.
드라마 내내 한 일정한 정서값이 유지되는 드라마를 나는 무척 좋아한다. 보면 피곤하지 않고 편하고 감정이 쉴 수 있다. 머리가 멍하니 흰 휴식에 물드는 느낌이다. 더 베어에 나오는 뉴욕의 그럭저럭 먹고사는 노동자들의 일상이 우리와 비슷했다. 신경안정제가 흔한 이야깃거리가 되고, 항상 사업과 커리어의 압박에 시달리며, 개인사는 뒷편으로 숨기고, 직장에서 힘내다 뒤늦은 지하철로 집에 돌아가 쪽방에서 잠드는. 이게 좋은 형태의 사회 발전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있어 좋았다.

비버가 드라마를 보며 스타트업 경영과 식당 운영이 비슷하다며 공감하고 인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의견을 내놓았다. 요즘 로펌을 안 다녀서 그런가 부쩍 글도 많이 쓰고 생각이 깊다. 성숙한 것이 엿보인다.

허브와 얼음들을 사놔서 레몬에이드를 만들어 먹었다. 스피아민트를 올렸다. 비버는 목살 김치찜 볶음밥을 만들었다. (아 참. 아침에 먹은 마켓컬리산 10구 계란의 낫또밥도 엄청 맛있었다. 왜냐면 계란 노른자가 매우 신선해서 감칠맛이 감돌 정도였기 때문.)

정신없이 먹었을 정도로 맛있었고 설렘이가 그간 내 바쁜 일들 때문에 산책을 짧게 다녀야 했던 게 미안해서 모처럼 한시간 산책도 갔다오고 스킨십도 많이 해줬다.
더 베어를 보는 내내 설렘이를 쓰다듬어주니 설렘이는 벽면에 기대 꾸벅꾸벅 잤다. 거의 한시간을 쓰다듬어줬다.
산책을 길게 하면 확실히 강아지가 활기차지고 자신이 있어지는 것 같아 산책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았다 ..

아침에 신분제에 대해 성경에는 뭐라 적혀있냐고 비버에게 물으니 예수님이 나중에 세상이 거꾸로라고 했다던데 (정확하진 않다) 그냥 그대로 믿기로 하니 훨씬 마음이 나아졌고 암기력 등도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그냥 어차피 중요한 건 실재하기보다는 마음의 기능과 시대와의 합이라 생각해서 귀납적으로 좋은 치료효과를 냈던 믿음들이라면 굳이 이런저런 말 할 거 없이 믿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된다. 솔로우 모형에 대한 리트 글을 다시 읽었다.

요즘 리트를 봤다면 잘 보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어쨌거나 그 뒤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 속에, 하얀 하우스 음악을 듣는 기분 속에서 생각조차 잘 들지 않는 평온함을 즐겼고 비버의 법철학적 깊이에 조금 감탄도 하면서 잠이 든다. 설렘이는 자기가 그러고 싶어서 항상 우리랑 붙어있다. 자기가 싫으면 내색을 바로 하므로, 의외로 저 좋을 대로 하는 것이다.

곧 시골집에 같이 가기로 했으므로 설렘이 야외활동용 진드기 스프레이를 하나 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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