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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2/23 00:20:19
Name   meson
Subject   천마신교의 살수는 무림일통의 꿈을 이루는가
제가 아는 무림인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면, 옛날에 곤륜파가 천마신교에게 멸문당할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때 곤륜파의 고수들은 얄짤없이 다 죽었고 하인과 아이들은 천산으로 끌려가서 마인이 되었는데요. 그중 대부분이 인신공양에 쓰여서 죽거나, 자살특공대로 투입돼서 죽거나 했지만 딱 한 명만은 자살특공대인데도 안 죽고 여러 번 살아 돌아왔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급기야 기회를 노려서, 천마신교에서 심어 놓은 고(蠱)가 팔뚝으로 이동한 틈에 [ 냅다 팔을 자르고 ] 중원으로 도망을 쳤지요.

네. 바로 이 사람이 이야기의 주인공 되시겠습니다.

이야기는 사실 뭐 별거 없어야 정상인 게, 보통 저렇게 도망을 쳐 봤자 마인이 익힌 마공은 수명을 깎아먹는 거라 오래 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이제 이 사람은 기연을 만났는데요. 산골짜기 오지로 도망다니다 보니 우연히 만년설삼을 발견해버렸던 겁니다. 정작 발견을 해도 마공밖에 모르면 아무짝에 쓸모가 없지만, 이 사람은 어릴 때 곤륜파 내공심법을 배우다가 말고 납치당했기 때문에 만년설삼을 이용해 정순한 내공을 왕창 만들어낼 수 있었죠. 물론 이게 누구나 가능한 거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데, [ 솔직히 이거 어떻게 한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읍니다. ]

하여간 이 사람은 곤륜파 내공으로 마기를 눌러놓은 다음에 강호출도를 해서 열심히 천마신교와 싸우기 시작하는데요. 당연히 곤륜파의 유명한 [ 운룡대팔식 같은 건 하나도 모르고 ] 아는 초식이라고는 누구 암살할 때 쓰던 살초 몇 개밖에 없습니다만... 왠지 싸움을 잘 합니다? 그래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천마신교와의 최전선인 감숙성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대협객이 되어 버렸던 거죠. 부하도 좀 생기고, 무림맹에서는 분타주 맡아달라고 하고 막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이 좋잖아요. 곤륜파의 말예가 천마신교를 멸하기 위해 돌아왔다, 뭐 이런 식으로요.

문제는 이게 너무 잘 나가다 보니까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사실 [ 견제라기도 뭐한 게 ] 이 사람이 천마신교의 하수인으로 활동하면서 실제로 정파 인물들을 몇몇 죽였습니다. 그리고 감숙성에서 분타주 하는 그 순간에도 내공 중에 일부는 마기가 맞거든요. 그래서 뭔가 품성에 문제가 있지 않겠냐, 나중에 또 배신할 수도 있다, 혹은 저놈이 우리 사문의 원수다, 등등의 온갖 성토가 불어닥쳤던 거죠. 일부에서는 이 사람이 무림맹주 후보로 거론되니까 모종의 세력이 성토를 부추겼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감숙성에서 마인들을 거의 다 몰아낸 공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이 일단 무림맹 서안지부장까지는 올라갔습니다. 다만 서안이 중요한 곳이긴 해도 논란이 많은 인사다 보니 거기까지가 한계 아닌가라고 생각이 되었는데요. 여기서 [ 굉장히 뜬금없게도 ] 무림맹이 웬 오독문이랑 전쟁을 벌이면서 사천지부가 날아가고, 북직례 지부장은 우화등선하고, 총순찰이라는 자는 총군사를 죽이고 천마신교로 달아나는 등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게 됩니다. 결국 차기 맹주를 할 인재가 이 사람이랑 무림맹 내총관, 둘밖에 안 남은 거죠.

이렇게 되자 금분세수가 하고 싶었던 무림맹주는 둘이서 비무로 결정하라고 훈시를 하고, 내총관은 이 사람이 아직도 마기를 못 솎아낸 것을 근거로 조금만 더 있으면 주화입마가 온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합니다. 정작 그래 놓고 비무는 또 이겨서 이 사람이 무림맹주가 되기는 했지만요. 근데 [ 슬슬 주화입마가 무서운 건 사실이라 ] 이 사람도 맹주의 권한으로 영약을 진상받아서 마기를 누르긴 합니다. 하지만 강제로 심어진 마기인데 단전을 바꾸지 않는 이상 어떻게 없앱니까. 환골탈태를 하기 전까지는 영약으로도 현상 유지가 최대인 거죠.

그래서 무림맹주 되자마자 정마대전이 일어나서 화산, 종남, 공동, 청성, 아미, 점창, 당문 등이 모조리 봉문을 당한들, 이 사람은 책임지고 사임한다는 패는 못 꺼냅니다. 영약이 끊기면 진짜로 주화입마가 와서 폐인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거든요. 심지어 무림맹 총타도 전통의 남경 대신 낙양으로 옮겼는데 소림사의 위세를 빌리려고 그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죠. 이게 원래 [ 맹주라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하면 ] 정파의 명숙들이 대반발을 해서 쫓겨나기 마련입니다만, 아까 말했다시피 상황이 묘했습니다. 백도 무림에 맹주를 할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나마 있었던 무림맹 내총관은 총타를 옮길 때 사임해서 심산유곡에 들어갔거든요.

물론 보통 대체재가 없는 걸 믿고 얼굴 두껍게 버티다 보면 그냥 천마신교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기 마련인데, [ 일이 또 더욱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 천마신교가 뜬금없이 황족 암살을 시도했다가 동창에게 찍히고, 연이어 녹림이랑 전쟁을 벌이면서 힘을 빼더니, 그걸로도 모자라 봉문한 문파들을 멸문시키려고 획책을 한 건데요. 그 결과 화산, 종남, 공동, 아미, 점창, 당문이 죄다 도로 입맹한데다 관부와도 우호관계가 되면서 무림맹은 세력을 거의 회복하기에 이릅니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천마신교가 무림맹을 도와준 것이나 마찬가지죠.

근데 무림맹이 좋은 건 좋은 거고, 그거랑 별개로 이 사람은 주화입마와도 싸워야 하기 때문에, 사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는데요. 이 사람의 강점은 곤륜파의 적통이라는 것과 감숙성에서 싸움을 잘했다는 것인데, [ 정파 순혈이라기에는 천마신교 졸개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무학에 뛰어나다기에는 초식에 깊이가 없었습니다. ] 이런 애매함에도 불구하고 맹주로 위촉된 동력은 천마신교에 대한 척결 의지만큼은 누구도 의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지만, 그것도 이 사람이 주화입마로 날아가고 나면 다른 누군가로 대체 가능한 것이었고요.

하지만 여기서 또다시 천마신교가 일생일대의 도움을 제공하는데(?), [ 얘네는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 동창과 신경전을 벌이던 걸로도 모자라 아예 천마를 황제로 추대하고 중원 전역에서 반란을 일으켜 버렸는데요. 관동은 고사하고 관서에서도 밀려나던 판국에 거병을 해 봤자 될 리가 없었고 반란군은 당연히 다 격파당합니다. 결국 이 사람은 어떻게 된 게 이런 순간에 무림맹주를 하고 있어서, 사실 거의 도파민 치사량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되는데, 재빨리 정마대전을 선언하고 백도의 고수들을 죄다 모아서 천산으로 진격을 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원래 마기라는 건 천마를 근원으로 하기 때문에 천마가 없으면 마기도 효력을 잃습니다. 물론 천마는 계속 승계가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마기도 계속 작동을 합니다만, 반대로 말하면 [ 천마를 죽이고 무림일통을 달성하기만 하면 ] 이 사람도 더이상 주화입마 위기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죠. 그야 천산을 함락하기란 힘들고 무림일통을 해 봤자 그게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만, 어쨌든 무림일통을 하면 일단 그것만으로도 사상 최고의 무림맹주가 되어볼 수 있지요. 이게 정말 가능해 보인다는 게 진짜로 뭔가 뭔가인 상황이긴 해도 말이죠.

그래서 이 사람은, 솔직히 이게 정파의 명숙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석연찮고 애매해 보이는 인물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천마신교의 가장 선명한 대적자였기에, 끝내는 [ 수년 동안 혈겁이 휘몰아쳐 쇠잔해진 무림에서 일통을 논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되어버렸습니다. ] 결국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이 사람의 가장 큰 자산은 출신과 성격에서 나오는 지향의 선명성이고 그게 어찌어찌해서 시류와 조응하기에 이르렀거든요. 오성은 몰라도 무학에 소홀하다는 게 좀 걱정거리기는 하지만, 이제는 총군사가 잘 보좌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요.

제가 아는 무림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게 쓰다가 말아서 이야기가 여기까지인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미래를 볼 줄은 몰라서 이야기가 여기까지인 것이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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