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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2/21 14:09:14
Name   bluepills
Subject   한국인의 족기 우위 무술과 등자의 등장의 연관성
(솟대에 대한 도발적인 가설이 떠올라서 기존에 써둔 글을 하나 먼저 올립니다. 비슷한 유형의 글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1. 문화의 교류 과정에서 각 민족의 특색이 드러나 모습이 다양해지는 경우를 발산, 하나의 강력한 제국의 영향을 받아 모습이 비슷해지는 경우를 수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동북아의 무술, 그 중에서도 투기의 형태를 가진 무술에서 수렴이 일어나더라도 변하지 않는 심점이 존재하는 것이 보입니다. 쿵푸, 가라데, 태권도, 무에타이의 경우만 떼어놓고 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쿵푸와 가라데의 경우는 수기가 중심이 되고, 태권도와 무에타이는 족기가 중심이 된다는 것입니다.

3. 특히 태권도의 경우에는 그 유례가 딱히 보이지 않고 가라데가 유입되면서 새로이 형성된 것이니 만큼 중심이 수기로 변화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껸에서 이어지는 족기 중심의 무술로 자리잡은 것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4. 그런데 무기술의 경우 특정한 무기 특히나 도와 검은 맨몸 무술 특히 투기형태의 무술과 근본원리가 닿아있습니다. 도, 검의 절삭력 또는 관통력을 극대화하는 힘의 전달법이 주먹의 휘두르기 또는 내지르기의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원리와 궤를 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5. 그런데 중국의 검, 일본의 도가 체계를 갖추어 독단적으로 발산하며 각자의 고유한 형식을 쌓아나갔을 때에도 우리의 경우는 검과 도에서 양국처럼 온전한 발산형태를 갖추지 못했습니다.(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실과 족기 중심의 투기무술이 발전한 사실을 겹쳐보면 이 두 가지 양태를 관통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6. 즉 우리는 체형, 체격 등의 이유로 손보다 발로 힘을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 어떤 특질(유전성이라고는 확언할 수 없음)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굴신력 보다 신장력에 특화되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 가설이 힘을 얻으려면 맨몸 무술 이외에 무기술에도 적용되어야 하며 발로 힘을 전달하는(신장력을 투사하는) 무기가 우리 민족의 주류 무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7. 마침 활이라는 당겨쏘는 무기가 전통적으로 우리의 주력 무기체계였던 만큼 이 무기의 힘의 전달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은 당기는 힘으로 시위에 힘을 먹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펴는 힘으로 시위를 당깁니다. 특히 등에서 삼두로 전달되는 힘이 활에게 힘을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활을 머리 위에 두고 아래로 내리면서 활시위를 당기는 형태가 이 힘의 전달경로를 잘 보여줍니다. 실제로는 펴는 힘이지만 양쪽으로 팔을 펴기 때문에 활이 당겨지는 것입니다.

8. 이때 신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리를 쭉 펴는 힘을 척추기립근을 곧게 세우며 등으로 연결받고 견갑골을 지렛대 삼아 양팔의 삼두로 보내야 합니다. 즉 활을 사용하는 힘은 다리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활을 마상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 발이 허공을 딛으면 이 힘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9. 여기에 발디딤대인 등자의 필요성이 등장합니다. 다리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특질을 지닌 민족(?)공동체의 특성이 도구의 등장에 영향을 준 경우일 것입니다. 등자의 도입으로 마상에서 다리의 힘을 자유롭게 활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맨몸 격투술에서 다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모습과 맥이 닿아있는 것입니다. (가장 오래된 등자 유물은 중국에서 출토되었지만 벽화 등에서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한반도 북부 기원설이 힘을 받습니다)

10. 이후 문화 수렴기에서 등자가 각국으로 전파되었지만 일본과 중국에서 마상활쏘기가 우리만큼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것은 그런 특질이 달라서이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의 마상활쏘기에 두 발을 등자에 두고 엉덩이를 안장에서 떼어 마치 일어서서 활을 쏘는 듯한 모양새를 자주 보이는 것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11. 이것의 궁극적 형태가 반장법(말에 타서 뒤돌아 쏘기)에 녹아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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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2~3일에 글을 하나씩 올리면 게시판을 도배하는 꼴이 될 것 같은데요.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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