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8/01 18:17:07
Name   아침커피
File #1   20161230_170941.jpg (665.4 KB), Download : 35
Link #1   https://crmn.tistory.com/3
Subject   호객꾼들 경매 붙이기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짜증나는 존재가 호객꾼들입니다. 공항이나 버스 터미널을 나서기가 무섭게 수많은 호객꾼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일부는 시끄럽게, 일부는 조곤조곤 말을 겁니다. 그런 호객꾼이 세네 명 이상이 되는 순간 정신이 없어지고 짜증이 솟구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중국 운남성 여행을 통해 그런 호객꾼을 여행의 재미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곤명 근처의 유명한 관광지 석림을 구경하고서 시외버스를 타고 곤명으로 돌아갔을 때였습니다. 계획이 바뀌어서 처음 가 보는 터미널에 내리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다시 시내 중심부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무작정 버스 터미널 밖 큰길가로 나가보니 택시와 사설 운수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호객꾼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서 일단 터미널 안으로 다시 들어왔지만 결국 택시를 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택시들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순식간에 호객꾼들이 제 주위를 감싸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호객꾼이 "빠싀(80원)!" 를 외쳤습니다. 시내까지 거리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택시비로 중국에서 80원(한국 돈 약 18000원)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짜증이 나서 뒤돌아서는데 그 옆의 호객꾼이 "70원!" 하고 외쳤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이는 게 있어서 첫 호객꾼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니 슈어 빠싀 콰이. 타 슈어 치싀 콰이. 니 뚜오 샤오 치엔? (너는 80원 불렀어. 이 사람은 70원 불렀어. 너 얼마 해 줄래?)"

그러자 저를 둘러싸고 있던 호객꾼들이 일순간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잠깐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제 3의 호객꾼이 크게 소리쳤습니다.

"60원!"

이제 누가 봐도 제가 이긴 싸움이었습니다. 편의상 순서대로 호객꾼 A, B, C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호객꾼 B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60원에 해 준다는데?" 그러자 호객꾼 B가 40원을 불렀습니다. ‘아싸!’ 하는 순간 호객꾼 A가 엄청난 영업 비밀을 실토했습니다. "야, 너네 일행 두 명이잖아? 그런데 저 사람 지금 한 명에 40원이라고 하는거야!" 그 말을 듣고 호객꾼 B를 쳐다보자 그 사람이 죄 지은 표정으로 얼어 있었습니다. 자, 경매 다시 시작입니다.

"량거런 이치 뚜오 샤오 치엔? (두명 합쳐서 얼마?)"

80, 70, 60, 50을 거쳐 결국 40원까지 내려갔습니다. 50원쯤부터 호객꾼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40원에는 한 명만 남아 있었습니다. 30원까지 깎아 보려다가 귀찮아서 40원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두 명 합친 가격이 40원이라는 것을 두세 번씩 확인했습니다. 80원, 만약 그것이 1인 가격이었다면 두 명에 160원이었던 처음 가격에서 최종 40원으로 택시비를 깎은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의 불평등’ 때문에 여행지에서는 여행자가 항상 바가지를 쓰게 된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의 여행을 통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에는 정보의 불평등보다 더 우선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있었습니다. 호객꾼 때문에 짜증으로 날릴 뻔한 하루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1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496 IT/컴퓨터컴린이의 컴 오래쓰는 법? (소프트웨어 & 물리) 18 Groot 22/02/07 6102 8
    1775 창작소바 한그릇 12 Beer Inside 15/12/15 6103 1
    2810 영화"God's terrific" "하나님은 끔찍해... 굉장해..." 126 리틀미 16/05/14 6103 3
    9421 음악하루 한곡 053. 이용신 - Eternal Snow 2 하늘깃 19/07/10 6103 1
    10277 정치미래한국당 울산시당 사무실?? 9 Groot 20/02/10 6103 0
    8257 기타법인인감 및 등기부등본 발급처를 집단지성으로 모아봅시다 2 니생각내생각b 18/09/19 6104 0
    1739 일상/생각짤막한 사랑 15 나쁜피 15/12/09 6105 0
    10342 일상/생각외출 종료시 제대로 된 순서와 오류 발생시의... 3 알겠슘돠 20/03/03 6106 0
    13573 일상/생각아들의 현질 금액이 자꾸만 올라가서 고민입니다. 20 큐리스 23/02/16 6106 0
    4604 의료/건강부부/커플의 관계 - 테크노퍼런스 8 Liebe 17/01/12 6107 0
    10273 오프모임2020년 2월 22일 19시 노원역 엉터리 삼겹살 2시국 번개 40 알료사 20/02/08 6107 8
    9677 역사신안선에서 거북선, 그리고 원균까지. 8 메존일각 19/09/18 6108 15
    9862 일상/생각꿈을 꾸는 사람 2 swear 19/10/19 6108 6
    10394 기타Adobe Acrobat 보안 취약점 / 업데이트 권고 2 보이차 20/03/18 6108 0
    10018 음악[팝송] 콜드플레이 새 앨범 "Everyday Life" 2 김치찌개 19/11/23 6109 2
    4039 문화/예술할로윈 시리즈 2편: 서구문화의 죽음을 기리는 풍습 20 elanor 16/10/30 6110 3
    9904 스포츠두산 한국시리즈 우승 empier 19/10/27 6110 0
    10104 방송/연예2019년 KBS 연예대상 수상 결과 6 손금불산입 19/12/22 6110 0
    11918 게임워크래프트 3)낭만오크 이중헌의 이야기. 두 번째. 6 joel 21/07/24 6110 6
    15086 경제고수익 알바를 해보자 (아웃라이어 AI) 59 치킨마요 24/12/01 6110 6
    753 IT/컴퓨터안드로이드 Certifi-gate 보안 이슈 확인 어플이 공개되었습니다 10 Leeka 15/08/09 6111 0
    5140 영화<나이트크롤러>를 봤습니다. 12 에밀 17/03/10 6111 1
    11771 사회누군가의 입을 막는다는 것 17 거소 21/06/09 6111 48
    10833 여행호객꾼들 경매 붙이기 12 아침커피 20/08/01 6112 12
    10914 사회전광훈 퇴원(한국사회대한 작은 잡설) 8 유럽마니아 20/09/02 611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