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라는 데가 내 마음 되기에 편한 곳은 아니라는 말씀에 동의해요. 어딘가에서 완성되어 맥락 없이 걸려있는 작품의 과묵함도 부담스럽고 편안하게 동행과 떠들기에도 마땅찮은 곳이라 깔끔함이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작가의 글이 있으면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작가의 아이디어나 작업실 상황이 전달되니까 도움이 좀 되는 것 같아요. 저 작업노트는 그냥 작업하면서 쌓이는 울분을 쏟은 그의 사적인 끄적임일 뿐이고요, 박이소가 왜 대형 캔버스화를 그렸는지 힌트가 나와있어서 눈에 띄었어요. "아이, ㅆㅂ 이 벽을 어떻게 채우냐?" 전시공간이 먼저 정해지고 이에 맞춰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실로 끔찍한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케치를 보시면 그림 안에 그림을 넣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북두팔성에서 시작된 팔방미인은 그림에 대한 그림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싶어요.
전시는 좀 한적하면서도 두런두런하고 전공자와 일반관람객의 비율이 비슷할 때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비수기 토요일 오후6시 이후 국립현대 서울관 분위기가 그래서 좋습니다. 단체 관람객은 없고 연인과 친구랑 데이트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입장료는 무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