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3/10/24 22:52:00
Name   뉴스테드
Subject   ‘진정성’ 나르시시즘 넘어, 타자라는 세계로 들어가는 ‘모험’
https://n.news.naver.com/article/036/0000048900


나 홀로 주절거림은 작품이 아니다

타자에 대한 욕망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쓸모없어지는 셈이다. 타자에 대한 욕망 자체가 없기에 만남 역시 의미가 없다.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 모르는 존재를 만나며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경험이라고 한다면, 타자를 통한 경험 역시 무가치하고 무의미해진다. 타자는 그저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작가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타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만남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만드는 매체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바로 진정성이라는 이념이다.

진정성의 나르시시즘은 이야기꾼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그 대가다. 나를 제외한 타자들의 삶은 빤해 보이지만 그렇게 빤한 것으로 그려서는 인물이 생생하게 구축되지 않는다. 빤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인물도 빤하게 그려진다. 빤한 사람이 등장하는 빤한 이야기를 누가 읽겠는가. 그 글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빤하다고 생각하는 ‘이념’뿐이다. 이 이념이 선명해질수록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삶에 대한 이념이 사람을 압도해 사람은 ‘쓰레기’가 돼버린다. 너는 진정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존재이고 ‘나’만 고독하더라도 진정성을 끈질기게 부여잡은 ‘인간’이 된다.

진정성이 자기를 성찰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판단하는 이념이 되면 세상은 진정한 자와 진정하지 못한 자로 이분화된다. 그리고 삶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자신은 저 타락한 존재들을 보며 결코 웃을 수가 없다. 가뜩이나 진정하지 못하다는 것 때문에 ‘고뇌하는 정신’이 진정성인데 고뇌하지 않는 ‘무-지성’들을 보며 웃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뇌하는 정신은 이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이웃들의 타락에 대해 더욱 고독하게 고뇌하게 된다. 진정하지 못한 자신을 고뇌하기 때문에 진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유일하게 진정한 존재로 홀로 남는 것이다. 이게 진정성의 나르시시즘이다.

이 나르시시즘은 타자가 두려워 만남을 회피하고 경험하지 못하거나 매체에 의지해 ‘게으르게’ 경험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세계의 비밀을 다 안다는 오만함에 의해 결론은 이미 나 있다. 세계와 타자를 관찰할 필요도 가치도 없다. 타자의 가치가 사라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은 유일하게 의미 있고 진정한 존재인 자신에 대한 ‘경험’이다. 오직 관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자기 내면뿐이다. 따라서 이야기할 만한 것도 자신의 내면적 고통과 그 고통에 대한 토로뿐이다. 혼자 주절거리게 된다. 이 주절거림을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이야기의 성좌는 진정성이지만 진정성 이념이 작가 자신에게도 이야기에도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이 되는 이유다.

-------


작가는 아니지만 요즘들어 글에서 얘기하는 진정성의 나르시즘에 빠진것 같습니다.
작가가 아니기에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 ㅎㅎㅎㅎ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674 정치[야단法석] '뇌물·직권남용' 혐의 은수미 재판 앞두고 신변보호 요청 7 하우두유두 22/01/19 4394 0
36380 국제"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모두에 고통"…미 국무부 당국자 사임 2 다군 23/10/19 4394 2
6685 경제 '판매 재개 움직임' 폴크스바겐..평택항 재고차량 처리는? 12 먹이 17/12/03 4394 0
20765 사회“알바로 들어와 연봉 5000만원?”…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후폭풍 32 토끼모자를쓴펭귄 20/06/23 4394 0
37151 정치尹, 첫회의 마친 경사노위에 “애국심으로 대화해야” 8 알탈 24/02/06 4394 0
12832 IT/컴퓨터구글, 중국용 검색엔진 '드래곤플라이' 공식 인정 7 이울 18/09/27 4394 0
23077 의료/건강'집단 면역'은 없었다..브라질 아마존의 비극 7 맥주만땅 21/01/25 4394 0
25893 기타귀리우유·녹두계란...대체식품 뜬다 16 swear 21/09/26 4394 0
23590 국제호주, 충북에서 희토류 생산 추진.."中 수출 통제에 대응" 6 닭장군 21/03/12 4394 0
24102 기타두릅은 데쳐먹는다? 튀겨 먹고 구워 먹으면 끝내줍니다 3 swear 21/04/30 4394 0
29735 경제수입산 돼지고기 관세율 0%로 낮춘다는데…가격 인하는 언제쯤 11 다군 22/06/05 4394 0
15914 문화/예술"이런 공간은 한국 뿐"···서원 9곳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20 메존일각 19/07/06 4394 2
28716 국제석유 증산 애타는 미, 사우디서 뺀 패트리엇 반년만에 복귀 3 다군 22/03/21 4394 0
29488 IT/컴퓨터Plain text 인터넷이 온다 17 blu 22/05/17 4394 7
12081 국제“北 석탄 운반 의혹 선박, 포항 정박”…외교부 “러시아산 적재” 확인 1 월화수목김사왈아 18/08/07 4394 0
36402 경제기준금리 6연속 동결에도… 7% 주담대 더 오른다 2 활활태워라 23/10/22 4394 0
17460 경제"통통해서 안 팔려"..통영 굴, 소비 부진에 어민 '한숨' 16 Schweigen 19/11/13 4394 1
24117 사회육군 중사, 축구 중 공 뺏은 병사 무릎 차 골절..형사처벌 10 Regebogen 21/05/02 4394 4
32309 정치[스트레이트] "참사는 엄청난 기회"‥천공, 그는 누구인가? 6 알탈 22/11/21 4394 1
12598 의료/건강"일 자꾸 미루는 사람, 뇌가 다르다" 20 맥주만땅 18/09/07 4394 0
21046 외신인권운동의 전설, 존 르위스 의원 별세 2 다시갑시다 20/07/19 4394 6
23866 국제인니 프라보워 국방부 장관, 한국 향해 출발..KF-X 출고식 참석 8 닭장군 21/04/07 4394 0
18754 의료/건강코로나19 확진자 22명 추가 발생..감염자 82명→104명 7 퓨질리어 20/02/20 4394 0
14915 사회김경수 2심 재판부 "재판 전부터 비난·판결 불복, 문명국가서 상상 못해" 6 그림자군 19/03/19 4394 3
2885 방송/연예전인권, "표절논란 해결 위해 미국 거쳐 독일 간다. 원작자 측에 연락중" 6 열대어 17/04/28 4394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