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포스트 일본판 자체가 한국으로 치면 인사이트 수준인데 그걸 한 번 더 비틀어서 소개하니 황당한 얘기로 발전하네요.

허프의 원문에서 지적하는 건 내각부 남녀공동참획국 산하 '인생 100년 시대의 결혼과 가족에 관한 연구회' 발표자료에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내용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연구회가 정책에 쓰라고 만들어서 뿌린 자료가 아니라 연구회 내에서 회의할 때 한 발표자(도쿄소재 사립대 남성교수)가 사용한 슬라이드가 문제라는 겁니다. 의사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슬라이드는 공개중이고요.

슬라이드는 표지 포함해서 30페이지로 구성되어있는데, 제목은 이거입니다.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 100년 시대를 향하여 연애의 역할은 무엇인가? 연애격차사회의 지원의 미래형태. 내용을 보면 발표자의 기존 연구나 통계,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에서는 연애->결혼->출산 테크트리를 타서 가정을 꾸리는 게 더 행복하고, 이 테크트리의 전제조건으로서 연애가 필요하다고 제시합니다. 하지만 연애격차가 존재하며(특히 남성은 양극화), 연애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등뒤를 밀어주는 형태로 연애세미나, 어드바이저, 고백과 프로포즈 연습 등의 지원을 하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끝으로 결혼과 가정의 다양화(사실혼, 한부모가정, 딩크족, 입양가정, 무성애 등), 개인화사회 등도 언급하며 목표로 해야할 것은 연애/결혼/출산을 하는 사람도 [하지 않는 사람도] 행복한 사회여야한다고 마무리짓습니다.

문제의 체중 얘기 같은 건 각종 데이터를 열거하는 도중 남녀 모두 외모가 뛰어난 쪽이 연애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그 뒤에 첨부된 캬바쿠라 호스티스의 인터뷰에서 나온겁니다. 애초에 그게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는 거죠. 그 뒤로 넘어가보면 연애지원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초등학생때 초콜렛 못 받으면 계속 못 받아'라는 60대 남성의 인터뷰 같은 것도 실려있습니다.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넣은 내용이 불필요한 사족이다, 라는 선의 비판이면 이해를 하겠는데 비판의 방향이 좀?

의사록이 없으니까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슬라이드만 보면 내용이 좀 난잡해서 그렇지 '일본인은 가정을 꾸려야 행복하다는데, 결혼이고 출산이고 연애가 먼저다. 근데 연애하기 힘든 사회니까 뭐라도 지원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 이겁니다. 그걸 두고 '의사록이 아직 안 올라와서 뭐라 했는디 모르겠지만 슬라이드 보니까 외모지상주의 부추기고 카베동교육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정부 뭐하냐!'라는 거고요.

덧붙여 카베동이 상황에 따라 데이트폭력이나 DV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문제제기하는 게 오히려 꼰스러워보이지 말입니다. 이건 뭐 성교육과 청소년의 자위 얘기 나오면 망측하다고 발끈하는 구세대 보는 느낌이에요. 드라마고 영화고 만화고 일본 로맨스물에 허구한 날 나오는 게 카베동인데 그런 거 어케 견디나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