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그냥 '종합적으로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니까'겠지만 재미있는 가정이니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저는 신체든 정신이든 남성이므로 여성의 마음이 어떤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 정신은 그대로인데 흔한 TS설정으로 갑자기 몸이 여성으로 바뀌었다고 가정해보죠.

처음엔 당황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할 것 같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크게 고통스러운 부분은 sex와 주변의 인정이겠네요.

남자와 섹스하기 싫고 여자와 섹스하고 싶다? 그럼 레즈비언이 되면 되잖아?
ㄴㄴ 그게 아니라 '남자로서' 섹스하고 싶다고.

나는 남자인데 주위에서 남자로 인정하지를 않는다. 정체성에 대한 도전을 받는거죠.
자신의 자신에 대한 평가와 주위에서의 평가가 불일치하면 그게 성정체성이 아니라도
괴롭겠죠. 그런데 육체라는, 나의 일반적인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이유로
자신에 대한 평가와 주위의 평가가 불일치한다는 고통은 절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면 백인인가 - 마찬가지로 본인에 대한 평가와 주위의 평가가
일치하지 않아서 괴로움이 있겠네요. 마이클잭슨부터 많은 흑인들이 백인이 되고 싶어
피부도 탈색하고 백인처럼 꾸며왔죠. 유사 백인처럼 취급되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 사람들에 대한 비난도 많았지만 그것도 부당하죠.
본인이 백인이 되고 싶어 백인처럼 행동한다는 걸 막거나 실망하거나 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혹시 영화 겟아웃보셨습니까? 겟아웃의 흑인 몸을 차지한 백인들은 백인인가요, 흑인인가요.

여자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남자로 인정받고 싶다/ 남자로서 섹스하고 싶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남자로서가 도대체 뭘까요?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남자는 어떤건가요? 반대로 여자는 또 어떤건가요?
단순 외형을 보고 남자/여자를 판단할 수 있나요? 근육이 많고 머리가 짧으면 남자고 여리여리하고 머리가 길고 치마를 입으면 여자인건가요? 남자로서 하는 섹스는 또 어떤건가요? 섹스를 할 때 남자와 여자의 행동이 달라야 하나요? 남자다움, 여자다움이라는 말이 사라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네요.
흑인이 백인이 되고 싶어하는걸 막을 필요가 없다고 하셨는데, 되고 싶어하는 것과 실제로 되는건 큰 차이가 있겠지요. 역사적으로 흑인이 백인이 되고싶다고 법원에 신청해서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백인으로 인정해준 사례는 없으니까 말이죠.

sex중 어떤 행동이 '달라야 하는지'를 물어보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남녀의 신체구조가 다르니까 다른 부분이 있지요. 뭐 누가 위에 올라가니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니 이런거는 그냥 성적취향인거니까 별 의미가 없고
남녀의 구별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다움 여자다움이라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죠.
그런데 그건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와 어떻게 연관이 되는겁니까?

나는 근육이 빵빵하고 머리짧고 자기주체성강하고 파랑색을 좋아하는
'여자'가 되고 싶어. 라면 안될 거 있을까요?
'왜' 여자가 되고 싶은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아요.

백인과 흑인의 경우 구별을 할 이유가 없으니 법원에 뭘 신청하고 인정하고 말고 할
이유도 근거도 없지요. 백인이든 흑인이든 법률적 지위나 공적인 신분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까요. 사실적인 차별에 대한 것은 법원에서 인정하고 말고 할
성질의 것이 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