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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상은 "한국의 근래 판결을 이유로 해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식민지였던 국가 중에 과거 지배국가랑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온 나라는 아마 한국밖에 없지 싶습니다. (미국을 제외한다면요 ㅋㅋ) 강제징용에 대해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 정치인이 가진 시각이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네요. 확실히 여태까지는 구 식민지들에 대해 지배국가들이 식민지배는 법이건 뭐 다른 의미에서건 간에 잘못이었다고 인정한 후 그에 따르는 배상을 (안 해도 되는데 or 무리를 해가며 or 순전히 도덕적인 차원에서) 했다는 이야기를 잘 못 들어 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차대전 이후 국제 질서라는 걸 만든 나라들이 전에 식민지 여럿 지배하던 나라들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해 불만이 아주 많은 것이겠죠. 아니 그땐 다들 그랬었는데 왜 이제와서 난리지? 일본은 여태까지 '사과' 많이 했는데? 정도의 생각이 아닐까 싶읍니다.

대법원 판결문에 대해 잘 모르고 사실 배상하라는 결론을 끌어낸 근거가 뭔지에 대해 저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만약 대법원 판결문에 아무튼 느그들이 잘못했으니까 배상해라 알겠지? 라고 적혀있었어도 저는 대법원 결론에 찬성했을 것이에요. 일본의 똑똑이 법조인들은 아마 정 반대되는 결론을 지지하는 훌륭한 판결문을 쓸 수 있을 것이에요. 아마 그걸 자세히 읽고 이박삼일 설명회까지 들으면 저는 결론은 맘에 안드는데 일리는 있다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몰라요. 여기서는 결론이 중요하지, 결론에 다다르는 과정은 글쎄요? 판결문에 딱 봐도 느그들 잘못임 ㅇㄱㄹㅇ ㅂㅂㅂㄱ 라고 쓸 수는 없으니 조리있게 쓰긴 해야겠지요. 일반적으로 법을 해석할 때도 실질적으로는 유권해석이 중요하고, 무권 혹은 학리적 해석은 머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 하고 넘기는 정도잖아요.

일본이나 기타 구 식민지에 빚이 있는 나라들이나 우리나라나 각자 버전의 진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일본 외무상은 여태까지의 국제질서라고 불렀고요. 여태까지는 즈그들 버전의 진실이 혹은 즈그들 버전의 결론이 유권해석으로 통용되어 왔습니다. 지금의 갈등은 우리나라 버전의 진실을 관철시키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부디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요 국제질서 혹은 통용되는 진실을 수정했으면 좋겠네요. 해보다가 안 될 것 같으면 꼬리를 말아도 상관없습니다. 나중에라도 하면 되니까요.